
할리우드의 상징적 배우이자 감독, 제작자로 세계 영화사에 큰 발자취를 남긴 로버트 레드포드가 16일(현지시간) 유타주 선댄스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89세.
로이터통신은 그의 홍보담당자의 말을 인용해 “레드포드가 사랑하는 이들의 곁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전했으며, 구체적인 사망 원인은 공개되지 않았다.
레드포드는 1969년 영화 ‘내일을 향해 쏴라’로 주목을 받으며 할리우드 스타 반열에 올랐고, 1973년작 ‘스팅’으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등 전성기를 구가했다. 더스틴 호프만, 알 파치노, 잭 니콜슨과 함께 ‘뉴 할리우드 시네마’ 시대를 대표하며, ‘대통령의 사람들’ ‘아웃 오브 아프리카’ ‘업 클로즈 앤 퍼스널’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약했다.
감독으로서도 큰 족적을 남겼다. 1980년 ‘보통 사람들’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수상했고, ‘흐르는 강물처럼’ ‘퀴즈쇼’ ‘호스 위스퍼러’ 등을 통해 연출과 제작에서 두각을 드러냈다. 특히 브래드 피트와의 인연이 깊어,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감독과 배우로 호흡을 맞춘 뒤 ‘스파이 게임’에서는 스승과 제자로 함께 출연했다.
대체로 정의롭고 선한 캐릭터를 연기했지만, 2014년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에서 악역으로 변신하며 또 다른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2018년 마지막 주연작 ‘더 올드 맨 앤 더 건’은 그의 커리어를 상징하는 작품으로 평가된다. 올해 초에는 드라마 ‘다크 윈즈’ 시즌 3 첫 회에 조지 R.R. 마틴과 함께 카메오로 등장하며 팬들을 놀라게 했다.
레드포드는 1981년 ‘선댄스 영화제’를 창립해 신예 영화인과 독립영화계를 지원하며 인디 영화 성장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평생 친구였던 배우 폴 뉴먼과 함께 할리우드 진보 성향을 대표하며, 환경 보호와 인권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왔다. 2002년에는 아카데미 평생공로상을 수상했다.
그의 삶은 영광만큼이나 아픔도 있었다. 2020년 아들 제임스 레드포드가 암으로 세상을 떠났고, 당시 그의 나이는 58세였다.
로버트 레드포드는 할리우드의 황금기를 상징하는 배우이자, 독립영화의 성장을 이끈 제작자이자, 사회적 목소리를 아끼지 않은 지성으로 기억될 것이다.
K-News LA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