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퀸스에 거주하는 한인 팔레스타인 연대 활동가 아이린 조(Irene Cho)가 이스라엘 당국에 의해 체포된 뒤 추방 명령을 받았다고 한인 시민단체 ‘노둣돌’이 13일 성명을 통해 밝혔다. 조 씨는 서안지구에서 이스라엘 정착민 폭력으로부터 팔레스타인 주민을 보호하는 ‘비폭력 보호 동행(protective presence)’ 활동에 참여해왔다.
노둣돌 성명에 따르면, 조 씨는 지난 12월 초 서안지구 라말라 인근 알무가이이르(Al Mughayyir) 마을에서 국제 연대 자원활동가로 활동하던 중, 이스라엘 군과 국경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체포 당시 조 씨는 정착민 공격 위협을 받고 있던 아부 하맘(Abu Hamam) 가족의 거주지에서 보호 활동을 수행 중이었다.
조 씨에 따르면, 그는 임신 9개월 상태의 팔레스타인 여성을 혼자 남겨두고 떠나라는 이스라엘 군의 요구를 거부한 이후 표적이 됐다. 이스라엘 법원은 12월 13일, 조 씨와 또 다른 미국 시민 활동가 1명에 대해 추방을 명령했다.
알무가이이르 지역은 최근 수개월간 이스라엘 정착민과 군·국경경찰에 의한 폭력이 급증한 지역이다. 현지 주민들과 인권단체들은 나블루스 남부에서 라말라, 요르단 계곡으로 이어지는 정착촌 확장을 위한 조직적 공격이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5월에는 정착민들이 불법 전초기지를 설치하며 닷새 동안 폭력을 가해 약 150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이 강제로 거주지를 떠났다. 8월에는 정착민과의 충돌을 이유로 이스라엘 군이 마을을 점령했고, 이 과정에서 수천 그루의 올리브 나무가 파괴되고 차량 방화, 가택 수색, 주민 폭행이 발생했다.
아부 하맘 가족은 최근 공격의 직접적 대상이 됐다. 12월 6일에는 정착민들이 국제 활동가 4명과 아부 하맘 가족 구성원 2명을 폭행했으며, 피해자에는 59세의 파다 아부 하맘과 13세 소년 리지크 아부 나임이 포함됐다.
이 사건 이후 이스라엘 군은 해당 거주지 일대를 ‘군사 통제 구역’으로 선포하고, 보호 활동을 하던 미국인 1명과 호주인 1명을 구금했다. 아부 하맘 가족 역시 대피 명령 대상에 포함되면서, 군의 의도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다.
12월 11일에는 정착민들이 군과 국경경찰의 동행 아래 네 번째 공격을 감행했고, 당시 조 씨를 포함한 국제 연대 활동가들이 현장에 있었다.
국제사회는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이 국제법상 불법이라는 점을 반복적으로 지적해왔다. 2023년 이후 가자지구에서의 전쟁이 격화되면서, 서안지구에서도 팔레스타인 주민 축출과 폭력이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조 씨는 변호인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15명 이상의 무장한 이스라엘 군과 경찰 앞에서 임신 9개월의 팔레스타인 여성을 혼자 두고 떠나라는 요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체포되고 추방 위기에 놓였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의 땅에서 살아갈 명백한 권리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땅에서 여러 세대에 걸쳐 살아온 가족의 토지를 빼앗으려는 이스라엘 식민 프로젝트를 거부한다”고 말했다.
한인 단체들도 연대 성명을 냈다. 미주 한인 커뮤니티 단체 ‘노둣돌(Nodutdol for Korean Community Development)’의 장미연 활동가는 “이스라엘은 서안지구 팔레스타인 주민뿐 아니라 이들과 연대하는 국제 활동가들에 대해서도 오랜 폭력의 역사를 갖고 있다”며 “조 씨는 미주 한인 사회가 지향해야 할 연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팔레스타인 청년운동(Palestinian Youth Movement)의 이사벨라 티티 활동가는 “무장한 정착민들이 국가 권력의 비호 아래 팔레스타인 주민을 위협하고 올리브 나무를 베어내며 삶의 터전을 파괴하고 있다”며 “위험을 감수하며 현장에 함께한 미국과 국제 시민들에게 깊은 존경을 표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서안지구는 최근 수십 년 중 가장 가혹한 불법 점령 상황에 놓여 있다”며 “레이철 코리의 뒤를 잇는 국제 연대의 희생과 헌신을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둣돌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