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한인타운에서 여직원을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70대 한인 치과의 배윤범(76·영어명 마이클)씨가 600일이 넘는 장기 구치소 수감 상태에 놓인 가운데, 형사 재판이 사실상 중단된 상태로 이어지고 있다.
배씨는 지난 2024년 7월 LA국제공항에서 입국 도중 성폭행 혐의로 체포돼 25만 달러 보석금이 책정됐지만, 이후 보석금을 내지 못한 채 현재까지 약 630일 넘게 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이는 일반적인 형사 사건과 비교해도 매우 이례적인 장기 수감 사례로 평가된다.
검찰과 피해자 측 주장에 따르면, 배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치과에서 근무하던 여성 직원에게 수면 진정제 계열 약물인 트리아졸람(triazolam)을 정상 투여량의 약 12배에 달하는 수준으로 투여한 뒤 의식을 잃게 만든 상태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 여성은 소장에서 당시 구토와 복통을 호소하며 “그만하라”고 저항했음에도 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또한 배씨가 의식이 없는 피해자를 상대로 성폭행을 저지르는 장면과 신체 주요 부위를 촬영한 사진 및 영상물이 존재한다고 밝히면서 사건은 더욱 파장이 커졌다.
문제는 형사 재판이 좀처럼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원고측 관계자에 따르면 배씨 측은 현재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정신적 능력(competency to stand trial)’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심리(competency hearing)가 수차례 연기되면서 재판 절차가 장기간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재판 불능 주장’이 받아 들여질 경우 형사 재판 자체가 추가로 늦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민사 소송에서는 이미 법원의 판단이 나온 상태다.
피해 여성이 제기한 민사 소송에서 법원은 최근 배씨의 대응 부재를 이유로 원고 승소 판결(default judgment)을 내렸다.
다만 실제 배상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배씨가 파산을 신청하면서 민사 소송이 일시 중단됐기 때문이다. 피해자 측은 성폭행과 같은 중대한 불법행위는 파산 면책 대상에서 제외돼야 한다며 별도의 소송을 제기했고, 다음 달 중 파산 법원에 약식 판결(summary judgment)을 신청할 예정이다.
현재 사건은 민사에서는 책임이 인정된 반면, 형사 재판은 ‘재판 능력’ 논쟁 속에 멈춰선 채 장기화되는 이중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로 인해 피해 회복과 형사 처벌 모두 지연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김상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