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조선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남편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처음으로 관영 매체에 등장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7일 “경애하는 총비서 동지의 높으신 뜻을 충직하게 받들어나갈 마음을 안고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의 책임일꾼들인 조용원 동지, 리일환 동지, 김여정 동지, 현송월 동지는 16일 가정에서 성의껏 마련한 의약품을 급성 장내성 전염병이 발생한 황해남도 해주시와 강령군의 주민세대들에 보내달라고 부서초급당위원회에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최고 수뇌부 인사들이 김정은 위원장에 이어 의약품 기부에 나선 것인데 이 기사에는 김여정 부부장과 의문의 남성이 함께 있는 모습이 실렸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이 남성을 김여정 부부장의 남편으로 추정했다.
정 센터장은 “조용원과 리일환 비서는 거실에서 약품을 박스에 넣는 모습을, 김여정은 잘생긴 젊은 남성과 함께 약품 상자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공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매우 드물게 세련된 의상을 입은 김여정과 같이 서 있는 젊은 남성이 김여정 남편인지 약품을 받으러 온 간부인지는 명확하지 않지만 김여정이 중지에 결혼반지를 끼고 지그시 눈을 감고 있고 앞의 남성은 다소 다정한 표정으로 김여정을 바라보고 있으며 김여정과 남성 간의 거리가 가깝고 문제의 남성이 똑바로 서 있는 점에 비춰볼 때 김여정의 남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해당 남성이 김여정의 남편이 아니라 김여정에게 약품을 받으러 온 하위 간부였다면 북한과 같은 권위주의적 체제에서 북한 2인자인 김여정에게 허리를 숙이지 않고 똑바로 서서 약품을 받기는 어렵다는 게 정 센터장의 설명이다.
이 인물이 김여정 남편이라면 그가 관영 매체를 통해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 센터장은 “김여정이 2014년 9~10월경에 김정은의 금고를 관리하는 39호실 간부와 결혼했다는 설이 있으나 명확하게 확인되지는 않았다”며 “어쨌든 김여정이 결혼반지를 낀 모습이 2015년부터 포착됐다”고 설명했다.
김여정 등장 10년째를 맞아 김여정 남편을 공개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정 센터장은 “북한 매체에 김여정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14년부터지만 김여정이 김정은의 공개 활동에 동행하기 시작한 것은 2012년부터이기 때문에 김여정도 올해 공식 등장 10년째를 맞이한 셈”이라며 “북한이 김여정의 약품 전달 사진을 공개하면서 그의 남편도 간접적으로 은근히 언론에 데뷔시키려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번 김여정 남편 공개가 모친 고용희 출생 70년과 연계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 센터장은 “6월26일)은 김정은과 김여정의 모친 고용희 출생 70주년이 되는 날”이라며 “오는 6월26일에도 북한은 고용희의 70회 생일에 대한 언급 없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지만 김정은과 김여정은 고용희 생일 70주년을 맞이해 가족의 단합된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