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당권 도전 여부를 놓고 장고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22일 당내에서 불출마 압박이 강도를 더하고 있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이 이 의원을 겨냥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 패배 책임자의 전당대회 불출마를 공개 요구한데 이어 친문계 핵심인 전해철 의원이 선제적으로 불출마를 선언한 데 따른 것이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 일각에서 제기된 이재명·친문 중진 동반 불출마론에 불씨를 당긴 것이어서 이 의원의 당권행에 적잖은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민주당 재선 의원들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진 뒤 전당대회 관련 입장문을 통해 “지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패배에 중요한 책임이 있는 분들은 이번 전당대회에 나서지 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계파정치 청산이 우리 당의 핵심 과제임을 직시하고 이번 전당대회가 계파 간 세력 싸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한다”며 “이번 전당대회를 통해 혁신과 통합의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노력한다”고도 했다.
이는 전해철·홍영표 의원 등 동반 불출마 대상으로 거론됐던 친문 중진들도 포괄하는 요구이지만 이 의원의 당대표 불출마가 핵심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앞서 재선 모임은 1차 간담회에서 ‘통합성 집단지도체제 도입’ 건의와 함께 ‘1970~80년대생 새 리더십’을 제안한 바 있다.
이날 재선 의원 모임에서는 이 의원의 불출마를 촉구하는 의원들의 공개 연판장 서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지만 내부 의견이 엇갈리며 특정인을 적시하지 않는 방향으로 입장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번 입장문에는 민주당 재선 의원 48명 가운데 34명이 동의를 표했고 1명은 반대를, 13명은 발표시까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재선 의원들의 입장문이 나온지 1시간 만에 유력 당권주자 가운데 한명인 전 의원은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했다.
전 의원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이호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과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 그룹인 ‘3철’ 가운데 한 명이자 문재인 정부 마지막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바 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 이 의원과 경쟁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혼란스러운 상황이 하루빨리 수습되고, 민주당의 미래를 위한 비전과 과제가 활발히 논의될 수 있는 토대를 만들기 위해 저부터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며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는 “많은 의견들 가운데, 후보 당사자를 포함한 일부 의원에 대한 불출마를 이야기하는 분들도 있다”며 “당을 생각하는 고심과 바로 세우고자 하는 절박한 심정에서 나름대로의 방안을 찾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의 혁신과 통합을 위한 진정성으로 이해하고 취지에 동의한다”고 불출마 배경을 설명했다.
자신을 포함한 친문 중진과 이 의원의 동반 불출마론에 호응하는 것임을 인정하면서 이 의원의 불출마도 간접적으로 압박한 셈이다.
전 의원은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도 “책임질 분들이 책임지는 분위기가 된다면 저 역시 반드시 출마를 고집해야 되느냐라는 부분에 대해서 고심을 하고 있다”며 이 의원이 당대표 출마를 접을 경우 자신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는 전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친문계 중진 홍영표 의원을 비롯한 다른 당권주자들의 이 의원을 향한 불출마 압박이 강도를 더해갈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이번 전당대회에서 당 대표 출마 의향을 밝힌 바 있는 범친문계 중진 설훈 의원은 이날 전 의원의 불출마 선언 직후 이 의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지만 전당대회 출마 여부와 관련한 대화가 오간 것 아니냐는 추측이 제기된다.
이런 가운데 지방선거 패배 이후 젊은 리더십 필요성이 제기되며 힘을 얻고 있는 1970년대생 리더십으로의 세대교체론까지 맞물리면서 이 의원에게 더 큰 불출마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압박에도 불구하고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의 당권행을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이 의원 본인은 침묵하고 있지만 그의 측근그룹에서는 “당원들이 강력히 원하고 있기 때문에 전당대회 출마는 불가피하다”는 말이 나온다.
또 이 의원은 최근 당내 중립지대 의원들을 만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3~24일 민주당 국회의원 워크숍에 1박을 하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 의원 측은 자신을 둘러싼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 워크숍에서 인사만 하고 빠지기로 했다가 결국에는 1박2일의 일정을 함께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이 의원이 자신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이는 이번 민주당 워크숍에서 동료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혀 반감을 누그러트리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날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 전당대회 날짜를 8월28일로 확정한 만큼 이 의원은 관련 일정을 고려해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께는 전당대회 출마 관련 입장을 낼 것으로 보인다.
이 의원의 측근인 김남국 의원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최근 많은 분들의 의견이 (전당대회 출마 여부를) 빨리 결정을 해 줘야 된다는 이야기가 있는 것 같다”며 “(후보) 등록 기준을 보면 7월 중순 정도이기 때문에 그보다 이른 시점 정도에 결정을 해야 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