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면식도 없는 시민들이 힘을 모아 화물차에서 쏟아진 맥주 2천여 병의 잔해를 자발적으로 청소하는 모습이 공개돼 보는 이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29일 춘천시와 SBS 보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50분쯤 강원도 춘천시 퇴계동의 한 사거리에서 화물차에 실려있던 맥주 박스가 도로 위로 쏟아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공개된 도로 CCTV 영상을 보면 한쪽 적재함 문이 열린 채 좌회전하는 화물차에서 파란색 맥주 박스 110여 개가 도로 위로 쏟아진다.
박스 안에 든 맥주병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나며 사거리는 순식간에 흰색 맥주 거품과 깨진 병 조각으로 가득 찼다.
차를 세운 화물차 운전자가 맥주 상자를 이용해 깨진 병을 쓸어담아 보지만 2천 병이 넘는 잔해를 혼자 치우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빨리 치우지 않으면 점심 시간대 도로정체는 물론 지나가는 차량이 파편을 밟아 2차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
그런데 이 모습을 본 시민 한 명이 도로로 걸어 나와 맥주 박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인근 편의점 주인은 빗자루를 들고 나와 맥주병 잔해를 쓸어 담았다.
이렇게 하나둘 모인 시민들은 모두 10여 명, 여기에는 점심을 먹으러 가던 시민과 인근 공장 직원 등도 있었다.
이들이 비를 맞으며 현장을 치운 끝에 깨진 병으로 난장판이었던 도로는 30여 분 만에 말끔히 정리됐으며 정리를 마친 시민들은 모두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현장을 떠났다.
알지도 못하는 이의 곤경을 지나치지 않은 시민의식 덕분에 차량정체와 2차 사고를 피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