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태원 참사를 불러 온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십만명의 인파가 보여도 단지 주최자가 없다는 이유로 군중 관리를 하지 않는 당국의 관리 시스템 부재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규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는 행사가 있어도 주최자가 없는 행사에는 사전에 이를 통제하고 관리하는 지침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지난 2005년 경북 상주의 한 콘서트장에서 11명이 숨졌던 압사사고로 공연 행사장 안전 매뉴얼이 도입됐다.
하지만 문제는 안전에 초점을 맞춘 매뉴얼도 축제·행사를 누가 여는지 ‘주최’가 모호하면, 수십만명이 모여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참사가 난 이태원 핼러윈 행사는 3년 만에 코로나 확산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없는 ‘노 마스크’ 핼러윈을 맞아 젊은이가 대거 모일 것으로 사전에 예상이 되고 있었다.
코로나 이전 이곳에서 열린 핼러윈 행사에 17만명이 모이기도 했는데 단지 주최가 없이 자발적으로 모이는 행사라는 이유로 당국의 군중 관리 및 통제 지침이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가장 원시적인 압사사고로 150명이 넘은 젊은 생명들을 잃은 안타깝고 참담한 이번 참사가 한국이 보다 세심하고 선진적인 안전 시스템을 도입하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참사가 인파 관리를 하지 못한 인재였다는 미 언론들의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경찰 등 당국이 핼로윈 파티 인파 규모를 사전에 예측하지 못한데다 사고 당일 모니터링에 실패하면서 충분한 예방 대책을 취하지 않았던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다.
CNN은 줄리엣 카이엠 재난관리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당국이 토요일 밤 이전에 많은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줄리엣 카이엠은 “당국이 사람들을 대피시킬 수 있도록 실시간으로 군중 규모를 모니터링해야 할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로 이와 유사한 진단을 내렸다.
크라운드 세이프티의 스티브 앨런 설립자는 워싱턴 포스트에 “당시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이태원 거리를 찍은 영상들을 검토해본 결과 당국의 인파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당시 사고가 난 이태원 골목길이 인파의 규모를 감당할 수 없었는데도 당국이 이를 관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릿 저널도 같은 지적을 했다.
월스트릿 저널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당국이 많은 사람들을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당국이 코로나 규제 완화 이후 첫 할로윈을 기념하기 위해 이태원에 몰려둔 군중 수를 어떻게 규제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 전문가 폴 워트하이머는 월스트릿 저널에 “코로나 규제로 인해 억눌린 수요가 발생했다는 것을 고려할 때 당국이 이태원에 예상보다 많은 숫자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했는지 의문”이라며 “경찰이 클럽 경비원처럼 골목길에 대한 접근을 관리했어야 한다”고 당국의 책임을 물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