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에서 약물에 취한 채 차량을 몰다가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이른바 ‘롤스로이스 사건’ 피고인 신모(28)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피해자 유가족 측은 이번 사건은 사실상 살인에 버금가는 범죄라며 중형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고인의 오빠 배진환씨와 법률 대리인 권나원 변호사는 20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신씨의 5차 공판을 참관한 후 오전 11시50분께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건 같이 죄질이 중하고 정상 관계가 불량한 사건에서조차 중형이 선고되지 않는다면 무기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는 사례는 앞으로도 거의 없을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또 “신씨에게 적용된 특가법상 음주운전치사죄와 도주치사죄는 각각 법정형에 최고 무기징역형을 규정해 두고 있다”면서 거듭 엄벌을 강조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은 마약을 투약한 후 운전한 약물운전이며, 피해자의 전신이 골절돼 사망에까지 이르게 된 참혹한 사고”라며 “사고 후의 도주, 의사와의 말 맞추기 정황 등 증거인멸 시도, 범행 부인과 허위 변명, 구속 직전의 자기변호 인터뷰 등 반성하는 태도 부족과 같은 양형상 불리한 모든 정상 요소를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평소 웃음이 많았고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게 많았던 한 젊은 여성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가해자 신씨에 대해 법원의 준엄한 심판과 법과 양심이 허락하는 최대한 엄중한 처벌이 이뤄지기 바란다”고 했다.
권 변호사는 검사의 구형에 관해 “통상적으로 선고보다 많이 (구형되는 게) 일반적”이라며 “구형이 조금 더 높았어야 하지 않나라는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오빠 배씨는 신씨의 최후진술에 관해 “그냥 사죄한다고만 하니까 아무런 감정도 들지 않고, 제대로 사죄하고 있는지도 안 느껴진다”고 했다.
권 변호사도 “사고 후 행태나 범행 은폐 등 여러 상황이 확인됐지만 여전히 그 부분을 부인하며 최후진술에서 피해자 측에 사죄하는 게 앞뒤가 안 맞는 것 같다”며 “잘못을 반성하는 진술 내용은 처벌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오는 것일 뿐 진심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는 최후발언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검찰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 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도주치사) 혐의로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신씨 측은 유가족에게 사과하면서도 “혐의는 인정하나 순간 잘못 판단해 벌어진 일”이라는 취지로 입장을 표했다.
신씨는 지난 8월2일 신씨는 압구정역 인근에서 피부 미용 시술을 빙자해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후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행인을 치어 중태에 빠트린 혐의를 받는다. 당시 미다졸람을 비롯한 약물을 2회 투약한 신씨는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신씨는 사고 발생 직후 지나가던 시민들이 차에 깔린 피해자를 꺼내려 할 때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으며, 수 분 뒤엔 피해자를 그대로 둔 채 현장을 이탈하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고로 20대 여성 피해자는 뇌사 등 전치 24주 이상의 상해를 입었다가 사고 발생 115일 만인 지난달 25일 결국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