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공정성 문제제기…친명·비명 반발 모두 사
더불어민주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검증위)가 10차에 걸친 검증 작업을 완료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 후보 판정 번복이나 폭행 등 전과 이력, 1심 실형, 뇌물혐의, 미투 파문 등이 있음에도 ‘적격’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와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과 논란이 12일 확산하고 있다.
전날(11일) 발표된 10차 결과를 보면 ‘적격’ 판정을 받은 89명 중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황운하 의원과 수천만원대 뇌물,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기소된 노웅래 의원, 미투 파문이 일었던 정봉주 민주당 교육연수원장 등이 포함됐다.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명 대표도 포함됐다.
황 의원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으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해 11월 1심에서 의원직 상실형을 받았다.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 친구로 알려진 송철호 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공직선거법을 위반했다는 내용이다. 1심 재판부는 황 의원과 송 전 시장에게 각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했고, 황 의원은 항소한 상황이다.
노 의원은 뇌물수수 및 정치자금 위반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2020년 2월부터 12월까지 사업가 박모씨에게 용인 물류단지 개발 등의 명목으로 다섯 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 3월 불구속 기소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정치탄압으로 규정된 것처럼 이들도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적격’ 판정이냐는 것이다.
현역 의원 뿐 아니다. 검증 결과 발표마다 잡음이 일어왔다.
1차 발표 때에는 폭행과 음주 운전 전과가 있는 서철모 전 화성시장이 적격 대상으로 분류됐다. 서 전 시장은 2005년 술자리에서 후배와 시비가 붙어 술병으로 후배 머리를 내려치고 깨진병을 휘둘러 상해를 입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건으로 벌금 500만원형을 받은 바 있다. 1998년에는 음주운전으로 벌금 200만원형을 받기도 했다.
7차 발표 때에는 음주운전 처벌을 강화하는 ‘윤창호법’을 공동발의한 후 음주운전 사실이 적발돼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이용주 전 의원도 적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편파 검증 논란도 일었다. 지난 총선 공천 결과에 불복해 탈당, 무소속 출마했던 문의상 전 국회의장 아들 문석균 김대중재단 의정부시지회장이 적격 판정을 받고, 비슷한 이력을 갖고 있는 김윤식 전 시흥시장은 부적격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문 지회장은 지난 총선에 도전했지만 문 전 의장 지역구 세습 논란이 불거지면서 ‘아빠 찬스’ 비판이 거세졌다. 그리고 민주당은 당시 영입인재였던 오영환 의원을 해당 지역구에 전략공천했다. 그러자 문 지회장은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지난해 지방선거를 앞두고 사면 받아 복당했다.
김 전 시장은 조정식 사무총장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었는데 21대 총선에서 당 공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한 것이 ‘경선불복’이라고 판단되어 검증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이에 “친명계 핵심 인사 지역구에 도전했다는 이유로 당이 부당한 판정을 내렸다”며 “이렇게 하면 누가 검증위 판단을 신뢰할 수 있겠나”라고 반발했다.
최성 전 고양시장과 이창우 전 동작구청장도 각각 한준호 전 홍보위원장과 김병기 사무부총장 지역구 출마를 준비하다가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최 전 시장은 “이재명의 민주당이 ‘김정은의 수령체계’를 너무도 빨리 닮아가는 것 같아 섬뜩하고 분노스럽다”고 주장했고, 급기야 이낙연 전 대표의 신당과 함께 하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번복 사례도 있다.
정의찬 이재명 대표 특별보좌관이 검증 신청을 했다가 ‘적격’ 판정을 받았는데, 과거 학생운동 시절 민간인 고문 치사 사건으로 실형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비판이 커졌고, 검증위는 뒤늦게 ‘부적격’으로 번복했다. 이후 탄원서도 제출되고, 현역 의원이 ‘적격’ 판정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지만 결국 반영되지 않았다.
현재는 탈당한 원칙과상식은 “검증위가 친명에 의해 사유화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저격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는 검증 과정에서 친명과 비명의 반발을 모두 사버렸다.
물론 각 사례들에 대한 검증위와 지도부의 입장도 있다.
고민정 의원은 노웅래·황운하 의원 등 재판 중 인사들의 ‘적격’ 판정에 대해 “판단을 내리기 어려운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한 두 사람 뿐 아니라 너무 많은 정치적 수사가 민주당을 향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우선 정치탄압의 일례로 볼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으로 풀이된다.
폭행이나 음주운전 이력에 대해 검증위 측은 “과거 검증위를 통과한 전례가 있고, 검증위는 최소한만 검증한다. 이러한 사항을 해당 예비후보에 대한 부대 의견으로 다 기록한 뒤 공관위에서 결론지어야 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특정 전과가 있었어도 과거 민주당 검증위를 통과했던 경우는 우선 적격 판정 후 공관위 심사를 봐야한다고 했다. 과거 당 검증위를 통과한 전과라면 우선 ‘적격’ 판정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한 번도 검증위를 통과하지 않은 부적격자들을 거르는 것을 우선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예비후보에 대해서는 사면 복당한 만큼 과거 이력이 면책돼 후보 검증 심사에서 문제될 게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 속 민주당은 이날 공천관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공천작업에 착수해 귀추가 주목된다.
공관위원장을 맡게 된 임혁백 교수는 이날 회의에서 22대 총선을 중대선거로 규정하며 “검찰 통치 세력에 맞서서 민주주의를 정상으로 되돌려 놓을 수 있는 후보를 공천해 민주주의의 퇴행을 막겠다”고 밝혔다.
이어 “서민, 중산층, 노동자, 자영업자, 농어민, 장애인, 은퇴한 노인, 청년들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단합하는 축제가 되도록 공천관리를 하겠다”며 “국민이 직접 공천한다는 구호에 맞게 대한민국 최초로 국민협력공천제를 실현하겠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