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1대 대통령선거를 불과 며칠 앞둔 시점,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의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 정국을 뒤흔드는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논란은 지난 27일 열린 대선 후보자 3차 TV 토론회에서 시작됐다. 이준석 후보는 토론 중 “올해 4월 고등학교 폭력사건 당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했던 욕설인데, 중요 부위를 찢겠다고 했다. 누가 만든 말인가”라고 운을 뗀 뒤,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를 향해 “민주노동당 기준으로 여쭤보고 싶은 게, 만약 어떤 사람이 여성에 대해 ‘여성의 성기에 젓가락을 꽂고 싶다’고 말했다면 이것은 여성혐오에 해당하느냐”고 질문했다.
이 발언은 즉각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해당 표현의 수위와 맥락을 문제 삼는 여론이 들끓었고, 온라인 커뮤니티는 물론 정치권 안팎에서도 “도저히 공영방송에서 나올 수 없는 표현”이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개혁신당 일부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실망감이 표출되며 탈당 선언이 이어지는 등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이 발언은 인터넷상에서 유통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아들 이동호 씨 관련 의혹을 인용한 것이었고, 이 후보는 발언의 문제성을 지적하기 위한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28일 서울 여의도공원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난 이 후보는 “불편할 국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에 대해선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그 발언 원본을 본 분들은 알겠지만 제가 순화해 표현한 것이고, 더 어떻게 순화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이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해명을 이어갔다. 그는 “토론에서 평소 성차별이나 혐오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입장을 밝혀온 두 후보에게, 인터넷상에서 누군가 했던 믿기 어려운 수준의 발언에 대한 입장을 구했다”며 “공영방송임을 감안해 최대한 정제된 표현을 사용했음에도, 두 후보는 사안에 대한 명확한 평가를 피하거나 답변을 회피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혐오나 갈라치기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하면서도, 정작 본인의 진영 내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외면하는 민주진보 진영의 위선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러한 해명에도 불구하고, ‘젓가락 발언’은 대선 막판 최대의 뇌관으로 작용하고 있다. 여성단체들은 성명 발표를 예고했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도 관련 민원이 접수된 상태다. 이 후보의 발언을 두고 “정당한 문제 제기였다”는 주장과 “선을 넘은 자극적 발언”이라는 비판이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표현의 자유’와 ‘공영방송 품위’, 그리고 ‘진영 내 위선 지적’이라는 세 가지 프레임이 충돌하면서, 이번 논란은 단순한 실언 이상의 정치적 함의를 갖게 됐다. 대선 정국의 방향을 뒤흔드는 변수로 부상한 이 사건은, 향후 이준석 후보의 득표율은 물론, 전체 선거 지형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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