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 국민대 교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집권 이후 북한과 미국은 하노이 회담에서 이루지 못한 ‘스몰딜’ 핵협상을 이룰 두 번째 기회를 만났다고 밝혔다.
란코프 교수는 8일자 포린어페어스 기고에서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에 판매한 중포탄으로 지난해 10월까지 55억 달러의 수입을 올렸으며 이 금액도 보수적인 추산이라고 밝혔다.
미국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는 어렵지만 스몰딜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의 추가진전을 막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스몰딜은 완전한 비핵화인 ‘빅딜’과 대비해 더 이상의 핵개발을 하지 않는 핵동결의 의미다.
북한은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에는 몇 가지 운이 따랐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에는 운이 다할 수 있다며 미국과의 협상에 나서는 것을 권고했다.
다음은 기고문 요지.
트럼프의 北에 대한 관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다른 많은 현안에도 불구하고 북한을 잊지 않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냈다.
지난 1월 취임 직후 폭스 뉴스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연락을 취할 것”이라며 그를 똑똑한 사람이라고 묘사했다.
3월 말 그는 기자들에게 북한과 소통하고 있으며 언젠가는 북한과 관련해 뭔가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북한간 회담이 합의될 수도 있다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트럼프에게 북한은 우크라이나와 중동 문제에서 실현하기 어려웠던 외교 정책의 성공을 위한 기회가 될 것이다. 트럼프 1기에서 못 이룬 합의를 위한 두 번째 기회다.
북한은 몇 년 전보다 훨씬 강력해졌지만 특히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조만간 입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美-北간 ‘스몰딜’ 가능성과 근거
북한과 미국간에는 불완전하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할 수 있는 ‘스몰딜’ 합의의 틀이 존재한다.
쉽지는 않겠지만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다시 끌어낼 수 있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2019년 2월 하노이 회담에서도 양측은 스몰딜을 시도했다. 북한이 알려진 모든 핵 시설을 해체하는 대가로 유엔 제재를 해제하거나 완화하는 것이었다.
당시 미국 뿐아니라 중국, 러시아까지 제재에 가담해 북한은 궁지에 몰렸다. 2018년 북한 경제는 4.1% 위축됐다. 미국과의 합의는 북한에게 거의 생존의 문제처럼 보였다.
그럼에도 북한은 하노이 회담에서 굴복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 이외 다른 지역의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하자고 하자 회담을 결렬됐다.
하노이 이후 北의 행운 요소들
그후 북한은 제재의 무게에 무너지지 않고 중국, 러시아와 관계 개선을 모색하면서 예상치 못한 일련의 지정학적 변화의 수혜를 입었다.
중국은 2019년께부터 북한에 대한 태도를 완화했다. 미중 갈등 고조속에 북중 국경을 중요한 완충 지대로 여기기 시작했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갑작스럽게 얻은 횡재는 중국과의 관계 회복보다 훨씬 더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군은 중포탄 부족에 직면했다. 러시아는 북한이 탄약을 대량으로 비축하고 있으며 공개되지 않은 높은 가격으로 러시아에 공급할 의향이 있다는 사실을 곧 알게 됐다.
지난해 10월까지 북한이 중포탄 판매로 인한 누적 수입은 55억 달러로 추산됐으며 이는 보수적인 추정치다. 2016년 북한의 총 수출액은 25억 달러로 추산됐다.
북한과 러시아는 2024년 공식적인 군사 동맹을 체결했고 북한은 1만 2000명의 북한군을 러시아에 파견했다. 그 대가로 러시아에서 추가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
하노이 회담 이후 북한은 고체 연료를 쓰는 화성-19를 포함한 다양한 장거리 운반 시스템을 개발하고 성공적으로 시험했다.
화성-19는 미국 본토의 모든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새로운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이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는 북한이 현재 약 5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다고 추정했다.
北·美 ‘스몰딜’ 필요한 이유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됐지만 스몰딜이 여전히 가능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이유가 있다.
트럼프 취임 이후 북한은 협상에 참여할 준비가 되었다는 신호를 보냈다.
여러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몇 주 동안 여러 국가의 접촉자들에게 미국과의 대화를 재개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북한 공식 언론의 완화된 어조를 포함한 다른 징후들과도 맥을 같이 한다.
북한으로서는 스몰딜은 두 가지 이유로 매력적이다.
먼저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난 뒤에도 북한과 러시아의 현재 무역 수준이 지속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군수품을 제외하면 양국간에 무역 기회는 크지 않다.
광물 해산물 등 북한의 수출품은 러시아로서는 관심이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식되면 중국의 대북 지원은 계속될 것이다. 북한은 중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될 가능성을 달가워하지 않는다.
북한의 정책 결정권자들은 중국을 항상 위협으로 여겨왔다. 중국은 북한 내정에 개입할 의지와 수단을 모두 갖춘 유일한 국가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꾸준히 중국과 거리를 두려고 노력해 왔다. 2013년 처형된 장성택에 대한 북한 언론의 비난 중 하나는 그가 (친중파로서) 중국에 양보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었다.
북한은 중국에만 의존하기보다 원조 재원을 다각화하는 것을 훨씬 선호한다.
하노이 합의가 부활하고 유엔 제재가 완화된다면 가능할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북한에 원조와 보조금을 지급하는 무역 거래를 되살릴 의향이 있을 것이다.
제재가 해제되면 일본과도 회담을 재개할 수 있다. 트럼프 협상을 수용하는 것은 북한이 오랫동안 지속되어 온 경제적 압박을 완화하는 동시에 강대국 간의 경쟁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는 전략으로 돌아갈 수 있게 해 준다.
스몰딜은 북한의 비핵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
북한은 핵 시설 일부를 은폐하고 속일 것이다. 그럼에도 북한 핵 프로그램의 추가 진전을 늦추거나 심지어 중단시킬 수도 있다.
북한의 원자로와 원심분리기의 대부분 또는 전부를 해체하는 합의는 방산업체들이 연구 개발 및 생산 능력의 대부분을 잃게 만들 것이다.
이는 북한이 생산할 수 있는 핵 장치의 수를 크게 줄이고 대량살상무기 관련 기술 발전을 상당히 지연시킬 것이다.
스몰딜이 북한에 주는 이점들
북한이 2019년 이후 어떤 외국의 공격도 막아낼 수 있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어 스몰딜로 인해 안보가 심각하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집권 시점을 유엔 제재에서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여길 수 있다.
지금 제재가 해제된다면 다시 부과되지 않을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민주당이 2028년 대선에서 승리해 제재를 다시 살리려고 하면 중국과 러시아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협상이 재개되면 북한은 과거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행정부는 하노이에서 보다 더 나쁜 협상안을 받아들여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북한은 하노이 협상 포기 이후 미중 긴장, 우크라이나 전쟁 덕분에 큰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북한은 이제 잠재적으로 위험한 이웃 국가들과의 거리를 유지하면서도 더 큰 경제적 자치권을 보장하는 협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운이 다할 경우를 대비해서라도 협상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