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가정보자원관리원(국정자원) 대전 본원에서 발생한 화재로 정부 업무시스템 647개가 중단됐다. 정부는 화재 현장 내부에 열기가 남아있어 아직 복구 작업을 시작하지 못 했다고 밝혔다.
이재용 국정자원 원장은 27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열기가 빠지지 않아서 복구 작업에 착수하지 못했다”며 “복구가 언제 끝날지는 열기가 빠지고, 소방 안전점검이 끝난 뒤 서버를 재가동해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화재는 전날 오후 8시15분께 국정자원 5층 전산실에서 리튬배터리 팩이 폭발하며 발생했다. 무정전전원장치(UPS) 배터리를 지하로 옮기는 과정에서 전원이 차단된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튄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약 9시간50분 만에 초진을 완료하고 현재 연기를 빼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소방청 관계자는 “작업자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불꽃이 발생했다”며 “전원이 차단됐는지, 다른 요인인지 등 구체적인 원인은 조사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자원은 각종 정부·공공기관의 정보통신 시스템이 모여있는 곳으로, 이번 화재로 국정자원 내 정부 업무시스템들이 대거 중단돼 차질을 빚고 있다.
당초 행안부는 모바일 신분증, 국민신문고 등 70개 정부 서비스가 화재 영향을 받았다고 했지만, 항온항습기(외부 영향 없이 온도와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장치) 과열이 우려돼 전체 업무시스템(647개)의 작동을 중단시켰다고 설명했다.
이들 시스템이 언제 재가동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김민재 행안부 차관은 “최초에 발생한 (정부서비스) 장애는 70개 정도고, 항온항습기 과열에 따라 선제적으로 전원을 다 차단했다”며 “연기가 다 빠지고 온도가 내려가 기술자들이 (내부에) 항온항습기를 가동시켜, 우선순위가 있는 시스템부터 정상 가동을 시도해보면 장애 시스템 수는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재 국정자원에는 약 1600개의 중앙행정기관 업무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으며 분원은 대구, 광주, 대전 총 3곳에 설치돼있다.
정부는 화재 등 재난 발생 시에도 시스템이 가동될 수 있도록 국자원 대전·광주 분원에 재해복구(DR)시스템이 구축돼있으나, 당장 가동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김용석 행안부 디지털정부혁신실장은 “대전과 광주는 서로 DR시스템이 구축됐지만, 일반적으로 작동되는 규모로 큰 시스템이 구축돼 있는 것이 아니다”며 “일부는 최소한의 규모로만 운영되거나 스토리지·데이터 백업 형태로만 갖춰져 있어, 시스템별로 DR을 가동할지 원래 시스템을 복구할지 판단해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DR시스템을 바로 전환해서 가동되는 것보다는 시스템들의 피해 상황을 보고 판단해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컴퓨터 부팅처럼) 껐다 켜는 걸 바로 할 수 있는 건 아니고, 켜는 순서와 절차, 연계기관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며 “시설을 점검해서 절차와 시스템의 특성에 따라서 재가동 검증 작업을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행안부는 이번 사태로 가동한 위기상황대응본부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으로 격상해 대응 중이다. 전산 장애로 중대본이 꾸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지난 2023년 11월 발생한 행정전산망 장애를 계기로 전산망 장애도 사회재난으로 분류해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바꾼 바 있다. 이번 중대본 가동은 그에 따른 것이라는 게 행안부의 설명이다.
김 실장은 “2023년 11월 17일에 전산망 장애가 대규모로 있었고, 이에 대한 후속 조치로 대응 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여러 계획과 실행들이 있었다”며 “그 일환으로 전산장애도 사회재난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관련된 체계를 갖췄고, 이에 따라 대책본부들이 가동됐다”고 말했다.
정부는 우체국 금융과 우편 등 대국민 파급효과가 큰 주요 정부서비스 장애부터 신속히 복구하겠다는 입장이다. 또 시스템 정상화 이전에 도래하는 세금 납부, 서류 제출은 정상화 이후로 연장하도록 조치했다.
정부는 정보시스템을 1등급부터 4등급까지 분류를 한다고 밝혔다. 이번과 같은 장애가 났을 때 파급 효과 등을 따져 신속한 복구의 우선순위도 두고 관리 포인트를 마련하기 위해서 4개의 등급 체계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이번 복구 작업도 단계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다고 해도 우선순위를 그와 같은 원칙으로 두고 작업 스케줄을 할 예정이다.
김 차관은 “정부서비스 장애 발생을 미처 알지 못해 당황하는 일이 없도록, 이날 오전 8시 재난문자를 발송해 국민신문고 등 주요 정부서비스 이용이 제한된다는 것과 관공서 방문 전 서비스 가능 여부를 확인해줄 것을 안내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후에도 혹시나 불편을 겪고 있는 사례를 취합하고 적극 대응해 국민 불편이 지속되지 않도록 필요한 사항을 적극 조치하겠다”며 “다소 불편하더라도 민원이나 서비스를 신청하실 경우 해당 기관의 안내에 따라 대체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오프라인 창구를 활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