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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협상 딜레마…”3500억 달러 주느니 버텨야”

"안전장치 없이 3500억 달러 투자시 금융위기" "통화스와프 맺어도 부담…캐피탈콜 확보해야"

2025년 10월 08일
0
사진은 1일 수출입 컨테이너가 쌓여있는 경기 평택항 모습. 2025.10.01.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수출이 꺾일 위기에 놓였지만 전문가 모두 “급하게 달려들기보다 해법을 짜며 버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3500억 달러 규모 투자 요구가 핵심 장벽으로 남은 가운데, 이를 그대로 수용할 경우 더 큰 경제적 혼란에 봉착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달 말로 예정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만나 큰 틀에서 합의를 이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부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미국과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교착 상태에 빠져있다.

앞서 정부 관세 협상단은 지난 7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만나 우리나라가 미국에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 펀드를 조성하는 대신,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관세협상을 타결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미국이 3500억 달러 규모의 구체적인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을 보이면서 협상이 마무리되지 못했다.

우리나라는 보증과 융자 등을 포함해 총 3500억 달러 규모를 투자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미국은 보증이나 융자 등 간접적인 방식이 아닌 직접 투자 방식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상이 완료되지 못하면서 우리나라가 상호관세 25%를 적용 받자 대미 수출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타격이 현실화됐다. 지난달 수출의 경우 주요 9개 지역 중 미국만 전년 대비 하락할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도 전문가들은 관세 협상을 위해 무리한 요구를 수용하는 것보다는 당분간 대미 수출 감소라는 손해를 감수하면서 수출다변화와 함께 합리적인 협상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본다.

우선 3500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전액 현금으로 이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구기보 숭실대 교수는 “안전장치 없이 선불로 트럼프 임기 내에 3500억 달러를 투자할 경우 100% 금융위기가 찾아온다”며 “차라리 수출 감소로 인한 손해를 떠안는 것이 훨씬 손실이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 교수는 “최소한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야 금융위기를 막을 수 있는데, 일본에서도 재협상 이야기가 나오는 것처럼 통화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어느 정도 완화된 조건으로 타결을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 관세 협상이 타결된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워싱턴 D.C. 백악관 캐비닛 룸에서 한국 측 협상단과 함께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운 채 기념촬영 하고 있다[백악관 페이스북]
백철우 덕성여대 교수 역시 “통화 스와프를 맺더라도 우리가 3500억 달러를 투자하는 것이 변하지 않는다면 현재 우리나라 재정 상황으로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더라도 외환시장의 안정성만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재정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일본처럼 최소한 ‘캐피탈 콜’ 방식을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도 조언했다.

캐피탈 콜 방식은 투자 금액을 모두 조성해둔 뒤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 아니라, 투자가 필요한 건이 발생할 때마다 이에 필요한 금액을 모으는 방식이다. 이를 얻어낼 경우 3500억 달러를 마련할 필요가 없어 충격이 완화될 수 있다.

정부 역시 미국 측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미국의 요구에 대해 “미국 측의 요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면 탄핵당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전문가들은 협상을 이어나가는 동안 현장에서 피해를 입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동반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구 교수는 “특히 미국 수출 비중이 높은 자동차 부품 등 하청 업체들은 타격이 클 수 있다”며 “금융 부분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보조금 등을 통해 파산까지 이어지지 않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한국 3500억달러 투자금, 선불이다”

이달 말로 예정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정상 간 최소한의 공감대는 이뤄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백 교수는 “선불 투자 방식이나 통화 스와프, 투자 비중 등의 문제에 대해 두 정상 간 공감대가 형성돼야 그 다음의 협상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그 이전에 실무진들이 움직일 수는 없는 분위기”라고 했다.

통상당국은 구체적인 협상 시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다만 미국 관세로 인한 피해기업을 위해 13조6000억원의 정책자금을 지원하고, 수출기업 유동성 확보를 위해 최대 270조원의 무역보험을 제공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정부는 우리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며 “업계와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추가적인 지원책도 지속 발굴·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관련기사 3500억달러 대미 투자 동상이몽…한미, 관세협상 교착상태 장기화

관련기사 트럼프 “한국 3500억달러 투자금, 선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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