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민주화운동 당시 광주문화방송국에 불을 지른 시민이 41년 만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이승철·신용호·김진환 판사)는 계엄법 위반과 현주건조물방화 등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져 징역 장기 3년·단기 2년 6개월을 선고받은 고 최모(1980년 당시 18세·2009년 사망)씨에 대한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최씨의 계엄법 위반과 현주건조물방화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5·18민주화운동 전인 1979년 최씨가 자전거를 훔쳐 받은 절도 혐의와 이후인 1980년 10월 시민을 때려 받은 공동상해 혐의는 유죄로 봤다.
전교사계엄보통군법회의는 1981년 4월 최씨에 대한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해 징역 장기 5년·단기 3년을 선고했다. 최씨는 항소심에서 장기 3년·단기 2년 6개월을 선고받았고, 상고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검사는 지난해 5월 15일 이 사건에 대한 재심을 청구했으며, 법원은 5·18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정한 재심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재심 개시 결정을 했다.
재판부는 “최씨의 행위는 시기·동기·목적·대상·사용수단·결과 등에 비춰 볼 때 5·18 민주화운동과 관련된 행위 또는 1980년 5·18을 전후해 발생한 헌정 질서 파괴 범행을 저지하거나 반대한 행위로, 헌법의 존립과 헌정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정당한 행위다”고 판단했다.
이어 “형법 제20조 소정의 정당행위에 해당, 범죄가 되지 않는 행위다. 이를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정당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는 1980년 5월 18일부터 20일까지 전두환 신군부의 헌정 유린에 맞서 민주화운동에 참여했다.
최씨는 같은 해 5월 18일 오후 9시 30분 시위대와 “방송국에서 데모 장면을 방송하지 않는다. 불 질러 없애버려야 한다”고 외치면서 박모씨 등과 함께 광주문화방송에 불을 지른 혐의로 군법회의에 넘겨졌다. 5·18 당시 언론은 전두환 신군부의 통제로 사건의 진상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