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심과 민심 괴리에도…尹, 조직력 앞세워 대권 앞으로…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박빙의 승부 끝에 5일 국민의힘 대선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최종 선출됐다. 윤석열 후보가 승리하게 된 원동력은 ‘당심(黨心)’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한 것이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민심에서는 2030세대에서 압도적 우위를 보인 홍준표 의원에게 졌지만 당심에 힘입어 승리를 거머쥔 것이다. 결국 국민의힘 대선 후보는 민심(民心) 보다는 ‘당심(黨心)’이 갈랐다. 본선에서는 중도층 표심 잡기 등 외연 확장이 최대 과제로 남게 된 것이다.
이번 경선 개표 결과는 ‘당윤민홍’, 즉 당심은 윤석열, 민심은 홍준표가 우세하다는 사실이 재확인됐다. 책임당원 선거인단 투표와 일반 국민 여론조사를 각각 50%씩 합산 반영하는 경선룰에서 홍준표 후보가 민심에서 우위였는데도 불구하고 패배하자, 당초 예상을 뒤엎고 윤 후보가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서 홍 후보와의 격차를 좁히면서 두 자릿수 차이는 아니지만 50%에 가까운 득표율로 비교적 안정적인 승리를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 윤 후보는 선거인단에서 21만34표로 득표율 57.77%를 기록했지만 홍 후보는 12만6519표(34.80%)로 당원 득표율만 놓고 보면 20% 이상의 격차가 발생했다. 이를 다시 총득표율로 환산하면 윤 후보 28.885%, 홍 후보 17.4%로 두 자릿수 이상 차이 난다.
일반 국민 여론조사에선 윤석열·홍준표 후보가 각각 13만7929표(37.9375%), 175,267표(48.2075%)를 득표했다. 총득표율로 확산하면 윤 후보는 18.96875%, 홍 후보는 24.10375%로 약 6% 차이가 있다. 홍 후보가 민심에서 50%에 가까운 우위를 보였지만 당원투표에서 윤 후보가 10만표 가까이 앞선 만큼 일정 부분 상쇄한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당심의 흐름이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전개됐고 민심에서는 격차를 줄인 것으로 볼 수 있다. 10~15% 사이의 안정적 승리를 점쳤던 윤 후보 쪽에선 일반 국민 여론조사가 전화면접 방식이 아닌 ARS방식이었다면 윤 후보의 지지율이 더 높은 수치가 나왔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윤 후보 캠프와 당 내에서도 윤 후보가 지난 주말을 지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윤 후보 캠프 관계자는 “20대를 비롯한 신규 당원이 급증하면서 당원 투표율이 높을 수록 홍준표 후보가 유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실제 신규 가입 당원을 보면 당원 증가율은 젊은 층이 높지만 가입자 수만 놓고 보면 50대 이상 비중이 높았다”며 “결국 당원들의 투표율이 높을수록 윤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 관계자는 “지난 주까지만 해도 윤석열 후보와 홍준표 후보가 박빙이라 판세를 예측하기 힘들었다”며 “주말이 지나고 이번 주 들어 윤 후보 쪽으로 판세가 기울어지는 분위기가 퍼졌다”고 전했다.
배종찬 인사이트K 연구소장은 YTN라디오에 “전체 당원 숫자에서 규모에서 50대 이상이 차지하는 비중에 거의 65~70% 가까이 되고, 지역도 보면 TK나 PK도 많지만, 가장 많은 권역을 묶어보면 수도권이 가장 많다”며 “그렇다면 당원 구조상으로는 윤석열 후보에게 그동안 이 지역에서, 또 50대 이상의 연령대가 높은 쪽으로부터 지지를 많이 받는 편이었기 때문에 당원 구조상은 윤석열 후보에게 다소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나 윤 후보 둘 다 도덕성 면에서 어느 한 쪽이 우위를 점한다고 볼 수 없는데다, 유권자들이 갈수록 도덕성 보다는 후보 개인의 능력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강해지는 만큼, 도덕성을 내세운 홍 후보의 선거전략 효과가 생각보다 기대치에 못 미쳤을 수도 있다.
주목할만한 점은 최종 후보 선출이 다가올수록 당심이 민심을 따라가지 않고, 오히려 반대로 민심이 당심을 따라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최근 선거 흐름과는 다른 패턴이지만 이 또한 ‘전략적 투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박빙 구도보다는 윤 후보에게 거의 ‘몰표’를 주는 것이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당원들의 전략적 판단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당대표 경선 등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나 청년층 지지도가 높은 이준석 대표가 선출된 것도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를 염두에 두고 외연확장을 위한 보수진영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대선 경선에선 당심이 윤 후보를 일관되게 지지하는 양상을 보였다.
국민의힘 한 당직자는 “1등에게 밀어주자, 이런 전략투표를 하지 않았겠냐”며 “박빙이 되면 (경선 후)시끄러워지기 때문에 원팀을 위한 전략투표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당원 뿐만 아니라 부동층도 막판 윤 후보에게 쏠렸을 수도 있다는 말이 나온다.
일부에서는 윤 후보가 문재인 정부에서 조국, 추미애 등 현 정권 실세나 핵심인사들과 정면으로 충돌하며 각을 세우는 과정에서 야성(野性)이나 투사 이미지를 부각시켜 정권심판의 적임자로서 입지를 굳혀나간 것이 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줬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윤 후보가 검증공세를 정면돌파한 것이 승기를 굳히게 된 요인이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본인의 검찰 고발사주 의혹이나 부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장모의 사기 연루 의혹 등 경선 내내 각종 악재가 터져 나왔지만 윤 후보는 이에 위축되기 보다는 정공법으로 맞서, 이같은 전략이 당내 지지층 이탈이나 동요를 막는데 주효했다는 평가다.
여기에 최근 문재인 정권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되면서 민주당과 이재명 후보,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 ‘트리플 하락’도 윤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윤 후보의 지지율은 대체로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평가 지지율과 반비례한 패턴을 보여 당내 다른 대선주자에 비해 민감하게 반응한다. 문 대통령의 ‘반사체’라는 혹평도 받고 있지만 여권의 지지율 하락은 반문(反文) 정서를 타고 대권주자로 급부상한 윤 후보에게는 최소한 악재는 아니라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윤 후보가 사실상 홍준표 후보에게 유리한 4지선다형의 여론조사 방식을 수용함으로써 지지층의 위기의식을 높여 결집력을 높이고 투표를 독려한 측면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윤 후보의 지지도가 강한 영남권에서 당원 투표율이 높은 것도 이같은 위기의식의 발로일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당원 선거인단 투표율은 평균 63.89%로 대구(66.71%), 부산(68.40%), 경남(64.06%), 경북(61.44%) 등 영남권에서 평균치를 웃돌거나 비슷한 추이를 보였다. 결국 정권교체라는 중차대한 일을 앞두고 당의 분열을 우려해 경선 규칙의 핵심 쟁점인 여론조사 문항을 양보함으로써 당도 살리고 자신도 살리는 길을 택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윤 전 총장 캠프의 이상일 공보실장은 CBS라디오에 “당원들 투표가 굉장히 높았잖나. 64%에 육박한 것은 대선 승리에 대한 당원들의 결의, 정권교체에 대한 열망, 이런 것들이 표출된 걸로 해석이 된다”며 “각종 여론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국민의힘 지지층에서 윤석열 후보가 얻고 있는 지지는 압도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당원들도 같은 마음이고 오히려 당원들은 당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이 윤석열 후보에게 보내는 지지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서 당원들 투표가 높기 때문에 윤석열 후보에 대한 지지가 굉장히 쏠렸다, 이렇게 해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