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둘은 영웅으로 거듭나는 여정이 비슷해요. 실제 저와 닮아 있기도 해요.”
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MCU)의 슈퍼히어로 캡틴아메리카가 이번엔 픽사의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로 다시 태어났다. 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이야기냐고? MCU에 버즈가 합류하기라도 했다는 얘기일까. 아니다. 말하자면 이렇다. 캡틴아메리카를 연기한 배우 크리스 에반스(41)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그 에반스가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주인공 우주인 ‘버즈’를 단독 캐릭터로 내세운 애니메이션 영화 ‘버즈 라이트이어’에서 버즈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는 것이다. 에반스가 두 캐릭터를 연기했다고 해서 억지로 연결고리를 만든 게 아니다. 캡틴아메리카가 인류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 듯 버즈 역시 인류를 구하기 위해 죽음을 무릅쓴다. 에반스는 이번에도 슈퍼히어로를 연기한 것이다.
7일 에반스를 온라인 화상 인터뷰로 만났다. 그는 “두 캐릭터가 완전 똑같다고는 할 수 없지만 강한 책임감을 가진 것만은 닮았다”고 했다. “버즈는 모두를 행복하게 해야 한다는 책임감과 강박에 짓눌린 인물이죠. 캡틴아메리카도 그런 책임감을 갖고 있었어요. 실제 생활에서 저도 그래요.”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이 연출한 ‘버즈 라이트이어’는 미래 우주를 배경으로 우주 특공대 일원인 버즈가 미지의 행성에 불시착한 인류를 구하기 위해 탈출 미션을 시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버즈는 자기 실수로 인류가 외딴 행성에 고립됐다는 죄책감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버즈는 ‘토이 스토리’ 시리즈의 버즈가 맞다. 다만 ‘토이 스토리’와는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 ‘토이 스토리’의 앤디가 버즈 장난감을 살 때, 본 영화가 있는데 그게 바로 이 이야기라는 간접적인 연관만 있다. 이번 작품은 디즈니와 픽사가 합작한 영화로 5년 6개월 간 작업한 끝에 완성됐다.
에반스는 “픽사는 대단한 스튜디오이고 최고의 스토리텔링을 자랑한다”며 “이 영화에 참여하는 모든 분이 워낙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어서 나만 잘하면 되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목소리 연기는 목소리 외에는 보여줄 게 없어서 그냥 연기하는 것보다 힘들었다”며 “동료 배우와 스태프들이 옆에서 많이 도와줘서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고 했다.
이 영화엔 타이카 와이티티가 ‘모 모리슨’ 역으로 합류했다. 와이티티는 배우 겸 감독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2017년 마블이 내놓은 ‘토르:라그나로크’에서 뛰어난 연출력을 선보여 호평받았고, 다음 달에 개봉하는 ‘토르:러브 앤 썬더’도 연출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더 수어사이드 스쿼드’ ‘프리 가이’ 등에 배우로 출연하기도 했다.
화상 인터뷰에 함께한 그는 “최근에 연기에 다시 재미를 느끼고 있었는데 이번 작품 제안을 받아 매우 놀랐다”며 “처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는 농담인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토이 스토리’ 같은 혁신적인 영화를 만든 픽사가 내놓은 또 한 편의 영화를 내 필모그래피에 추가한다는 건 큰 영광”이라고 말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우주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모험담인만큼 화려한 볼거리로 가득하다. 광활한 우주의 모습이나 버즈가 우주선을 조종하는 박진감, 각종 액션 장면 등은 이전에 어떤 애니메이션에서도 볼 수 없던 요소들이다. 앤거스 맥클레인 감독과 프로듀서 게린 서스맨은 “‘스타워즈’나 ‘스타트렉’ 등 영화에 영향을 받았지만 관객에게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맥클레인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특히 신경 쓴 부분은 우주의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었다고 했다. 그는 “눈에 잘 보이지는 않겠지만, 우주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 큰 공을 들였다”며 “우주의 공기가 손으로 만져지는 것 같은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오래 준비했다”고 했다.
‘버즈 라이트이어’는 오는 16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