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학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하는 것이 ‘아라비안 나이트’다. ‘아라비안 나이트’는 무서운 절대적인 권력자 술탄(Sultan)과 아름답고 슬기로운 젊은 여성에 대한 설화 모음집이다. 잔인한 샤리아르 왕은 왕비의 불륜을 목격한 후부터 여성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생겼다. 이 때문에 왕은 온 나라의 여성들을 하룻밤에 한 명씩 불러들여 자고 나면 다음날 처형해 버렸다.
그러던 중 만나게 된 관능미 넘치고 지혜로운 세헤라자드는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를 1001일간이나 이어가며 왕의 마음을 변하게 하고 결국 그의 왕비가 된다. 이후 왕은 선정을 베푸는 명군이 되었다는 얘기로 우리에겐 천일야화(千一夜話)로 잘 알려졌다. 알라딘 램프,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 신밧드의 모험 등의 유명한 이야기들은 이렇게 탄생했다. 그리고 ‘세헤라자드(Scheherazade)’는 림스키-코르사코프에 의해 아름다운 음악의 제목으로도 우리 곁에 남게 되었다.
이 중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알리바바는 도둑들이 감춰둔 보물창고 문을 열기 위해 ‘열려라 참깨!’라고 외친다. 이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은 원전에 없어 그 사실 여부가 논란이긴 하지만 아무튼 이 이야기로 유명하게 된 ‘열려라 참깨!’는 말하자면 문을 여는 비밀번호였던 셈이다.
헌데 재미나는 것은 1961년 MIT대학에서 처음으로 도입한 컴퓨터 비밀번호 시스템이 바로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에서 사용된 것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한다.
오늘 날에도 아파트 현관이나 사무실, 컴퓨터를 비롯해 모든 곳의 문(門)을 열기 위해서는 비밀번호가 필수적이고 그나마 날이 갈수록 더욱 더 복잡해지고 있다. 외우기 편하게 하자니 보안에 노출되기 쉽고 어렵게 만들자니 기억 못할까 우려되고 비밀번호 노트를 마련해야 할 정도인데 그나마 분실되면 더욱 난감하니 그야말로 난제다.
사람들이 잘 기억하는 숫자는 7자리 전후이며 전문적인 해커가 8자리 비밀번호를 푸는데 70-80일이 걸린다고 한다. 해서 90일 정도 간격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을 권하고 있다는 것인데 우리가 사용하는 비밀번호가 어디 한 두 개여야 말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 사람들이 10개 정도의 비밀번호를 갖고 있으며 70%가 하루에만도 6개 이상의 로그인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한 글로벌 보안업체는 세상 사람들이 쓰는 최악의 비밀번호로 ‘123456’과 ‘password’ 그리고 키보드 왼쪽 위 알파벳 나열인 ‘qwerty’ 등을 꼽았다. 헌데 더 놀라운 사실은 한때 미국의 핵미사일 발사 비밀번호가 무려 20년간이나 단지 ‘0’을 여덟 번 치면 되는 ‘00000000’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번에 구글과 애플이 잇따라 비밀번호를 없애겠다고 선언했다. 고객들에게 복잡한 비밀번호를 만들게 하고, 계속 바꾸라고 요구하는 것보다는 사람의 생체 인식으로 간편하고 안전하게 로그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한 거다. 전 세계 80억 사람마다 모두 다른 얼굴과 지문, 홍채, 정맥, 목소리 등을 말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면 결국 사람들은 비밀번호를 갖고 태어나는 게 되는 셈이다.
우려의 반론도 만만찮다. 사람의 몸은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오작동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무엇보다 서버에 저장된 생체 정보가 대량 유출될 경우 지금의 비밀번호처럼 마음대로 바꿀 수도 없으니 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해킹과 정보 유출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아예 쓰지 않는 방법 뿐이다’라는 경구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일까?
참, ‘열려라 참깨’의 ‘참깨’는 아랍어 원어에 ‘문(門)’라는 다른 의미도 있다고 한다. ‘열려라 문(門)!’였던 거다. 헌데 생체인식이 현실화 된다면 알리바바 이야기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자못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