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가 코로나19 사태 후 3년만에 관객들을 다시 마주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없이 좌석 100%를 사용, 팬데믹 이전으로 돌아가 반가움을 안겼다. 홍콩배우 량차오웨이(양조위)와 한국의 송강호 등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여 아시아 최고 영화제의 위상을 보여줬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5일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개막식을 열었다. 배우 류준열과 전여빈이 사회를 맡았다. 류준열은 데뷔작인 ‘소셜포비아'(감독 홍석재·2015)로 처음 BIFF를 찾은지 7년만에 개막식 사회를 보게 돼 의미가 크다. 개막식은 매진됐고, 객석은 빈자리 없이 꽉 찬 모습을 보였다. 허문영 집행위원장은 개막작 ‘바람의 향기’ 간담회에서 “영화제 기간에 올 관객 기대치는 2019년 기준 100% 이기를 바라지만, 아직도 극장에 오는 것을 망설이는 분들이 조금 있다”며 “일반 극장은 60% 정도 회복되지 않았느냐. 이를 감안하면 80~90% 정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5월 세상을 떠난 배우 강수연(1966~2022)을 추모하는 시간을 가졌다. 고인 대표작과 수상기록이 담긴 영상이 스크린에 흘러나왔다. 전여빈은 “강수연 선배께서 돌아가셨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며 “2017년 내가 이곳에서 상을 받았을 때도 선배님이 날 격려해줬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상했다. 류준열은 “강수연 선배는 한국영화와 BIFF를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잊지 않겠다”고 애도했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과 이병진 부산광역시 행정부시장이 개막식 선언을 했다. 이 이사장은 강수연을 비롯해 고인이 된 프랑스 장 뤽 고다르 감독, 일본 아오야마 신지 감독, 방준석 음악감독 등을 추모했다. 특히 “강수연은 BIFF 지키미였다. 한국 영화 거장이고, 우리의 수호천사이자 친구였다. 부산영화제 창설 멤버로서 끝까지 지켜줘 고맙다. ‘늘 같이 하자’고 약속했는데, 그러지 못하게 됐다”며 “우리의 수호천사, 천하대장부인 배우 안성기의 (혈액암 투병) 쾌유를 바란다”고 했다.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은 양조위에게 돌아갔다. 영화 ‘미나리'(감독 정이삭·2021) 주역인 한예리가 헌사와 시상을 해 시선을 끌었다. “그는 말하지 않는 순간에도 끊임없이 관객들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스크린 속 언제나 온전하게 아름다운 강인한 배우”라며 “이 자리에서 내가 가장 흥모하는 배우를 이야기할 수 있어 영광”이라고 전했다.
양조위는 “이 상을 받게 돼 영광”이라며 “부산에 다시 와서 한국 팬들을 직접 만날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 올해도 성공적인 영화제가 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7일 오후 5시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에서 핸드프린팅을 진행하고, ‘양조위의 화양연화’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영화제 기간 동안 양조위가 직접 선정한 작품 총 6편을 상영한다. ‘동성서취'(1993)와 ‘암화'(1998) ‘해피투게더'(1998) ‘화양연화'(2000) ‘무간도'(2003) ‘2046’(2004) 등이다.
국내외 스타·감독들이 레드카펫을 빛냈다. ‘브러커’의 송강호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한산: 용의 출현’의 김한민 감독과 박해일, 변요한, 그룹 ‘2PM’ 옥택연, ‘욘더’의 신하균, 한지민, 이준익 감독, ‘몸값’의 진선규, 전종서 등이 자리했다. 임권택 감독과 배우 채령 부부, 한국계 할리우드 배우 대니얼 대 킴, 일본배우 카세 료, 홍콩배우 량차오웨이, ‘아바타: 물의 길’의 프로듀서 존 랜도 등도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 외 김규리, 정해인, 김혜준, 김유정, 김의성, 진경, 허성태, 염혜란, 정지영 감독, 한채아, 이채영, 정일우, 구혜선, 김영광, 김주령, 이윤지, 권해효·조윤희 부부, 박성훈, 그룹 ‘워너원’ 출신 박지훈, 최현욱, 홍경, 신승호, 변우석, 노윤서 등이 참석했다.
BIFF는 14일까지 영화의전당·CGV센텀시티·롯데시네마센텀시티 등 해운대 일대에서 열흘 간 열린다. 상영작은 총 354편이다. 공식 초청작은 71개국 243편이며,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111편을 추가했다. 개막작은 이란 영화 ‘바람의 향기'(감독 하디 모하게흐)이고, 폐막작은 일본의 ‘한 남자'(감독 이시카와 케이)다. 갈라 프레젠테이션에는 프랑스 알랭 기로디 감독의 ‘노바디즈 히어로’, 이탈리아 피에트로 마르첼로 감독의 ‘스칼렛’ 2편이 초청됐다. 폐막식 사회는 배우 권율과 그룹 ‘시크릿’ 출신 한선화가 맡는다. 심사위원으로 위촉된 이영애·김상경이 신인 발굴을 위해 마련한 ‘올해의 배우상’을 시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