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상민 무소속 의원이 15일 전격 회동했다. 두 사람은 여야가 서로를 악마화하는 정치 상황의 개혁에 공감하는 한편, 대폭 삭감된 연구·개발(R&D) 예산을 복원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특히 자신과 생각이 같은 이 의원이 국민의힘에 입당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철수·이상민 의원은 이날 오후 2시50분부터 30여분간 국회 의원회관에서 회동했다.
두 사람은 우리나라 정치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안 의원은 “우리나라 정치가 발전하려면 정당 개혁, 특히 정당 민주화가 필요하다”며 “야당은 야당대로 문제가 있지만, 여당 정부는 다른 목소리를 내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그런 관계여야 한다. 지금처럼 당정 일체나 수직적인 관계로는 여러 가지로 곤란하다는 데 서로 뜻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극성팬들, 일명 개딸이라고 불리는 분들 때문에 우리나라 정당이 어려움에 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 대해서도 같은 마음”이라며 “일반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해 여러 형태의 무료 강좌를 포함한 교육을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의원은 “제가 지금 정치적 행보를 정함에 있어서 국민의힘 내부 사정이나 신당 움직임 등에 대해 좋은 정보와 지혜를 주셨고, 그간 겪은 여러 성과와 시행착오에 대해 말씀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우리 정치는 상식의 정치, 정의의 정치, 통합의 정치가 전혀 작동되지 않는다”며 “상대를 보고 정치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진영에 있는 강성 지지자들 얘기만 받아서 상대는 무찔러야 할 적, 쓰러뜨려야 할 적, 악마로 생각하는데, 그건 정치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은 특히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위해 이 의원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은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겠지만,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적당한 시기에 힘을 합치는 게 어떻겠느냐는 말씀도 드렸다”며 “결심은 이 의원의 몫이지만, 생각이 같은 사람끼리 힘을 모으면 일을 이룰 수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합류 시기에 대해 “지금 당대표가 없는 상황이다. 당 내부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그때 한번 얘기를 나눠보는 것이 좋겠다고 조언했다”며 “제가 당직을 가지고 있지 않으니까 개인적인 선의에서, 예전부터 제가 알고 존경했던 분에게 드린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도 “민주당이 구조적으로 사당화, 소위 개딸당이 돼 민주주의 공당으로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고, 제가 나가서 진정한 공당을 통해 제 역할을 찾아서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중에 안 의원께 지혜를 구하고 선택지 중에 국민의힘 (입당도) 있기에 의논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과학기술계 출신인 안 의원과 카이스트를 지역구에 둔 이 의원은 과학기술 R&D 예산 확보의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내년도 과학기술 예산에 대해 소위 대패질을 한 것은 연구자들의 특성을 무시하고 연구자 에너지를 꺾는 몰상식한 것”이라며 국회 심의 단계에서 이를 복원시켜야 하고, 대통령도 스스로 R&D 예산 삭감에 대해 수정·보완하겠다고 한 이상 정부 측의 전향적인 자세가 더욱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안 의원도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모두 필요로 하는 첨단 과학기술을 보유하는 것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며 “대전에는 기반이 있으니 R&D 비용을 깎기보다는 장려하고 발전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이번 회동은 안 의원이 먼저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지도부는 이 의원 탈당 시점에 ‘슈퍼 빅텐트’를 치겠다고 공언하면서 영입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국민의힘 제안에 화답한 이 의원은 최근 여당 측 인사들을 접촉한 데 이어 지난달 21일에는 여당 혁신위원회에서 강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