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향후 대북 정책을 비핵화에서 군축 중심으로 옮겨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 출신 이용석 외교정책연구소(FPRI) 선임연구원은 이달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미국과 북한: 군축·감축 살펴보기’라는 글을 통해 이같이 지적했다.
그는 글에서 “비핵화는 1990년대부터 미국의 대북 정책이었지만, 각 행정부는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 기술 개발·실험·수출 억제에는 실패했다”라며 “미국은 정책 초점을 비핵화에서 군축과 감축으로 전환해야 한다”라고 했다.
북한이 이미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에 걸쳐 핵실험을 한 상황에서 실제 비핵화에 나설 가능성은 비현실적이라는 게 그의 지적이다. 그는 오히려 “북한의 핵 보유고는 점점 커지고 전략 무기 역량도 증진되고 있다”라고 했다.
아울러 “북한은 7년 동안 핵실험을 하지 않았지만, 이를 운반하기 위한 미사일 실험은 정기적으로 한다”라며 “2022년에 북한은 68차례의 미사일 실험을 했는데, 이는 2019년 25차례의 실험을 훨씬 뛰어넘는 기록”이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그 동맹의 반복되는 규탄 성명과 제재, 무력 과시용 훈련 등은 효과가 없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그는 특히 미국은 물론 한국도 국민 위험이나 경제적 파장을 고려해 무력 사용은 원치 않는다고 했다.
뿐만아니라 북한 비핵화에 대한 러시아와 중국의 협조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미국과 그 동맹은 그들 정책 초점을 비핵화에서 무기통제(군축)와 감축으로 옮겨야 한다”라는 것이다. 그 첫 단계로는 “북한이 사실상 핵 무기를 보유한 국가라는 점을 정치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라고 했다.
이 선임연구원은 또 “북한이 그들 핵 프로그램 일부를 해체하도록 설득하는 일은 매우 어렵지만, 미국이 육자회담 당시 고집했던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CVID)보다 현실적”이라며 “북한에 핵 포기를 요구하는 건 김씨 정권에 정통성의 근거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