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이 운영하는 아일랜드 반도체 공급업체가 미국 재무부의 대(對)러시아 제재 대상으로 이름을 올렸다. 미국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 2주년 기념일 전날인 23일 대대적인 새 제재 부과를 공표했다.
미국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같은 날 “아일랜드 수도 더블린에 본사를 둔 반도체 공급업체 큐빗 반도체(Cubit Semiconducto Limited)가 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 제조업체·수출업체인 러시아 JSC 미크론(Mikron)에 민감한 전자 부품 수십 개를 운송했다”고 발표했다. JSC 미크론은 이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다음 달인 2022년 3월 제재 대상에 오른 회사다.
큐빗 반도체는 “러시아의 군사 산업 기지를 지원하기로 결정한 러시아 경제 부문에서 운영되거나 운영된 적이 있다”는 이유로 제재 목록에 추가됐다. 해당 회사 이사로는 한국 국적의 반모 씨와 홍모 씨가 등록돼 있다.
큐빗 반도체는 누리집에 아일랜드와 한국 모두 사무실을 두고 있다고 공지하고 있다. 아일랜드 회사 주소는 더블린 남부 스틸오간 소재 주택으로 지정돼 있다.
전날 아이리시타임스에 따르면 회사와 JSC 미크론 사이 무역 거래를 두고 반모 씨는 “해당 부품은 반도체 부품”이라며 “군사용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가 제재 대상에 포함된 사실을 알지 못했다”며 “회사는 유럽연합(EU) 안 기업을 상대로만 거래했다”고 항변했다.
아울러 “우리는 군사 산업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다. 오로지 반도체 산업을 위한 유럽 고객(을 상대로 하는) 누리집을 운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체에 독일, 프랑스, 영국의 여러 고객사가 나열된 회사 누리집을 소개했다.
미국 정부가 공개한 이번 러시아 제재안은 전쟁 2년 동안 단일 제재 기준으로는 최대 규모다.
미국 상무부는 93개 기업을 수출관리 대상 명단에 추가했는데, 여기에는 한국 기업 1곳도 포함됐다.
한국 기업은 경남 김해시에 등록된 대성국제무역(Daesung International Trading)으로 러시아 산업 부문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산 기계 장비, 전자 시험 장비 등을 미국 산업안보국(BIS) 자격 없이 러시아에 조달하는 데 연루됐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속적인 정복 전쟁과 용감한 반부패 운동가이자 푸틴에 대해 맹렬한 야권지도자였던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과 관련해 500개 이상의 새로운 대러제재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OFAC는 보도자료에서 “이번 제재는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2년간의 도발적이고 불법적인 전면전, 야당 정치인이자 반부패 운동가인 알렉세이 나발니의 죽음에 관한 대응”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제재는 미국 재무부를 비롯해 국무부, 상무부를 통해 시행된다.
미국은 북러 군사협력과 관련해서도 제재를 단행했다. 러시아 복합 컨테이너 업체 PJSC트랜스컨테이너가 북한 군수품과 무기 시스템 운송에 관여한 것으로 조사돼 제재 리스트에 올랐다. 국무부 역시 북한과 러시아 무기 거래와 관련해 1개 기업과 1개 기관을 제재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4000여 곳이 넘는 기관과 개인을 제재했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러시아의 경제·군사 산업 기반은 우크라이나의 용감한 방어를 지원하기 위해 세계 협력자와 동맹국과 함께 취한 조치로 인해 부분적으로 분명한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