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확장현실(XR)’ 사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조주완 LG전자 사장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신사업 협력을 논의하면서 글로벌 XR 경쟁에 참전할 채비를 하고 있다.
이달 초 애플 ‘비전 프로’를 시작으로 글로벌 XR 기기 시장은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와 메타는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XR 신사업 파트너십 강화를 위한 전략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는 권봉석 ㈜LG 최고운영책임자(COO)와 조 사장, 박형세 HE사업본부장 등이 참석했다.
LG, 메타와 XR 생태계 구축…2025년 기기 상용화
LG전자는 XR 기기 사업 진출에 앞서 제품과 플랫폼, 콘텐츠 등 전 분야에서 역량을 올리고 있다. 메타와도 이들 분야에서 협업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TV 사업을 통해 축적한 콘텐츠, 서비스, 플랫폼 등의 역량과 메타의 플랫폼·생태계를 결합해 XR 생태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특히 조 사장이 메타의 대규모언어모델(LLM) 기반 인공지능(AI)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양사가 온디바이스 AI를 결합한 차세대 XR 기기를 선보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양사가 협력해 개발할 XR 기기의 상용화 시점은 2025년으로 꼽힌다.
LG전자는 기존에 운영하던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 ‘웹OS’를 XR 기기에 탑재해 가상현실(VR)에 미디어 콘텐츠를 구현할 방법을 찾을 계획이다.
박 본부장은 “우리가 2억대 이상의 TV를 팔고 콘텐츠 업체 3500곳 이상과 협업하고 있는 것에 (저커버그가) 놀라더라”며 “미디어 콘텐츠 파트너십 협업에 긍정적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콘텐츠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LG전자는 XR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말 조직개편에서 HE사업본부 직속의 XR사업담당 부서를 신설했다.
삼성, 메타와 ‘생성형 AI’ 탑재 XR 기기 개발하나
삼성전자도 메타와 협업해 XR 기기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재용 회장은 28일 저커버그와 만찬 회동을 하면서 AI 반도체와 함께 XR 기기 개발을 위한 논의를 한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구글·퀄컴과 함께 XR 기기를 개발해 올해 말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저커버그는 2022년 10월 미국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찾아 한종희 삼성전자 디바이스경험(DX) 부문장(부회장)을 만났다. 당시 저커버그는 XR·VR 기기 개발, 제작 등에 대해 양사 간 협력을 점검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삼성전자와도 손잡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최근 갤럭시 S24 시리즈에 온디바이스 AI를 탑재하는 등 생성형 AI 시장을 개척 중인 만큼 메타와 AI 활용 비중을 높인 XR 기기를 개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비전 프로 출시로 위기감을 느낀 메타가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에 적극 나서는 것 같다”며 “삼성과 LG는 이를 활용해 글로벌 XR 시장을 선점하며 차세대 먹거리를 발굴하려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