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미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총리와 조 바이든 대통령이 양국 관계를 ‘글로벌 파트너십’으로 규정하고 굳건함을 강조하며 안보 및 경제 분야에서의 공고한 연대를 강조한 것을 두고, 대만 유사시를 포함한 중국의 패권주의적 움직임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다시 권력을 잡게 될 가능성에 따른 위기감이 두 정상을 움직였다고 아사히신문이 11일 보도했다.
백악관 환영식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이 대러 제재에 신속하게 동참한 것 등을 평가한 뒤 “일본은 방위정책과 방위력에서 큰 변화를 이루고 있다”며 기시다 정권의 대처를 칭찬했다.
안보 분야 공동성명의 가장 큰 포인트는 유사시에 대비한 미군과 자위대의 부대 운용과 관련된 지휘통제의 연계 강화를 내세운 데 있다고 아사히가 짚었다. 공동성명은 지휘통제 연계 목적을 ‘(미군과 자위대의) 작전과 능력의 원활한 통합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는 “미일간의 지휘 통제 제휴의 강화는 미국 측의 압력이 크다”며 “통합 억지를 내세우는 미국은 대만 유사시를 염두에 두고 미군과 자위대와의 군사작전상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고 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자위대는 올해 중으로 ‘통합작전사령부’를 신설한다. 그러나 현재의 주일미군사령부는 주일미군 기지와 부대 관리가 주임무이고, 유사시 작전지휘권은 상부조직인 인도태평양군(미국 하와이)이 갖고 있다. 미 의회 등에서는 자위대의 통합작전사령부 신설을 기회로, 주일미군의 태세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미국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주일미군의 태세 변경을 내세워 주일미군사령부에 작전 및 훈련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다만 과제도 많다. 특히 일본측에 있어서는 미일간의 지휘 통제의 심화가 진행되면, 유사시에 자위대가 미군의 휘하에 사실상 들어갈 수도 있는 리스크를 안고 있다. 일본 측은 자위대가 독립된 지휘통제를 갖는 것을 상정하지만, 미국 측이 많은 장비와 정보를 가진 만큼 일본 측이 독립된 지휘권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아사히가 지적했다.
미국·영국·호주의 삼자 안보동맹인 ‘오커스(AUKUS)’는 원래 중국에 대항할 것을 염두에 두고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잠수함 기술을 제공하기 위해 만든 안보 협정이다. 이런 오커스와 일본의 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제휴도 미국 측이 강하게 고집해왔다. 인공지능(AI과 사이버 등의 첨단 기술로 일본을 포함한 다자간으로 중국에 대항하는 것이 목적이라고 아사히가 분석했다.
아사히는 이번 미일 정상회담을 놓고 “메인무대 밖에서 이 회담의 성격에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 11월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경쟁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미 외교의 주안점은 대두되는 중국에 대한 대응에 있다. 이런 맥락에서 일본을 중시하는 자세도 다르지 않다. 다만 트럼프가 다시 대통령이 되면 대일 외교의 자세는 격변한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정권은 중국과 러시아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미국 단독으로는 한계가 있는 것을 인정, 동맹국을 중심으로 다자간의 제휴를 강하게 하는 ‘통합 억지’의 전략을 취한 반면, 트럼프 정권은 자신과 외국 정상 간의 ‘1대1 딜(거래)’을 가장 중시하며 다자간 제도적 외교 틀을 꺼린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 취임 직후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했고 한국, 일본 등 동맹국에 미군 주둔 재검토를 거론하며 양보를 강요하는 무역 협상 전략을 취한 바 있다.
아사히는 “이러한 경위도 감안해 이번에 기시다 총리가 특히 강조하는 것이 안보와 고용 면에서의 미국 측에 대한 공헌”이라며 “대통령이 누가 되어도 환영받는 요소”라고 짚었다. 일본 방위비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로 대폭 증액이나 노스캐롤라이나주를 찾아 도요타자동차의 신설 공장 시찰 활동도 바이든 뿐만 아니라 트럼프를 의식한 계산된 행보라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는 미국 순방에 오르기 전 주변에 “(다음 대통령이) 트럼프가 될지는 모르지만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곤란하다는 메시지를 내는 것이다”라며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도 염두, 방미의 목적을 이렇게 설명했다고 아사히가 전했다.
이 신문은 트럼프 당선 시나리오를 내다보고 있는 것은 기시다 총리 뿐만이 아니라 바이든 정권 자체가 각국에서 정권교체가 일어나도 협력이 계속되도록 틀을 짜는 ‘제도화’에 주력해 왔다고 전하면서,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미에서 우선은 이러한 바이든 정권의 전략을 전력으로 지원하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미국의 ‘내향화’를 막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분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다만 트럼프가 이길 경우 ‘제도화’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는 것은 없다”면서 “트럼프의 직감과 자기과시가 중시돼 예측이 어려운 것이 ‘딜 외교’의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일본은 물밑에서 트럼프 진영과 접촉하고 있다. 트럼프와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쌓은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사망함에 따라 “기시다 정권에는 트럼프와 (연결할 수 있는)파이프가 없다(자민당 중진)”는 위기감도 작용하고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