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에서 준틴스(Juneteenth)로 불리는 19일은 노예제가 종식된 것을 기념하는 연방기념일이다. 4년 전 법으로 지정됐고 이후 매년 백악관에서 기념행사가 열렸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이날 기념행사를 갖기는커녕 공휴일 지정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트럼프는 이날 소셜 미디어에 노예해방기념일이라고 특정하지는 않았으나 일부 “일하지 않는 공휴일”을 없애겠다고 썼다. 트럼프가 준틴스의 연방공휴일 지정을 철회하려면 의회의 법 개정이 필요하다.
트럼프는 이날 문법이 꼬인 문장으로 “이러다가는 결국 1년에 한 번씩 일했던 날마다 공휴일이 생기게 될 것”이라고 썼다. 그는 준틴스라는 단어를 언급하지도, 이날이 연방 공휴일이라는 사실도 인정하지도 않으면서 “이걸 바꿔야,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썼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준틴스에 대한 질문에 이날이 “연방 공휴일”임을 인정했으나 백악관 직원들이 모두 출근했다고 밝혔다.
연방 공무원은 공휴일에 휴무하지만, 민간 기업은 연방 공휴일 휴무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준틴스는 1865년 6월19일을 기념한다. 이날은 북군 장군이 텍사스 갤버스턴에 도착해 링컨 대통령의 노예 해방 선언으로 발발한 남북전쟁이 끝나면서 모든 노예가 해방됐음을 알린 날이다.
준틴스는 흑인들이 수세기 동안 기념해온 날이지만 2021년에야 조 바이든 대통령과 의회가 공동으로 공휴일로 법제화했다. 2020년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에 피살되면서 전국적으로 시위가 벌어진 분위기가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은 재임 동안 백악관에서 준틴스 기념 콘서트를 열고 연설도 했다.
트럼프도 1기 대통령 시절 3년 연속 준틴스 기념 성명을 발표했었다. 그는 2017년 “멜라니아와 나는 노예제 종식을 기념하는 역사적인 날인 준틴스를 축하하는 모든 분들께 따뜻한 인사를 보낸다”고 썼고 갈베스턴에서 “모든 노예는 자유롭다”고 선언했던 고든 그레인저 장군을 찬양했다.
트럼프는 2018년에도 그레인저를 다시 언급하며, “자유를 위해 싸운 20만 명 가까운 전·현 흑인 병사들의 용기와 희생”을 칭송했다.
트럼프는 그러나 두 번째 대통령 취임 이래 연방정부에서 다양성·형평성·포용(DEI) 프로그램을 제거하면서 흑인 역사를 ‘정화’내지 ‘삭제’하려 시도해왔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 대표는 이날 성명에서 백악관과 트럼프 동맹들이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 한다”며, 흑인 역사서를 금지하고 DEI 프로그램을 해체하며, 14차 수정헌법의 시민권 보호를 약화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오늘은 흑인 미국인들이 오랜 시간 싸워 얻어낸 자유와, 그 투쟁 속에서 꽃피운 풍부한 문화를 기념하는 날”이며 “그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미국 최대·최고의 민권단체인 흑인지위향상협회(NAACP)가 이번주 116년 동안 대통령을 연례 전국회의에 초청해 온 전통을 깨고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