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 지난달 미국 고용시장이 악화됐다는 발표가 나오자 마자 노동통계국장 에리카 맥엔타퍼의 통계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해고를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바이든이 지명한 맥엔타퍼 박사는 대선 전 카멀라 해리스의 승리 확률을 높이기 위해 일자리 숫자를 조작한 인물”이라고 비난했다.
“그리스·中·아르헨티나 등이 통계 조작으로 댓가 치러”
뉴욕타임스(NYT)는 3일 고용 통계 수치가 마음이 들지 않는다고 수치를 담당한 국장을 해고한 것은 미국 경제 통계의 한 세기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는 조치였다고 비판했다.
NYT는 정치 지도자들이 통계 데이터에 개입하면 결과가 좋게 나오는 경우가 드문 것은 각 국 사례에서 보여준다고 전했다.
그리스는 수년간 재정적자 수치를 조작해 심각한 부채 위기를 초래했고, 여러 차례 구제 금융이 필요했다.
그리스는 정확한 수치를 보고하려는 통계청장을 형사 고소해 그리스의 국제적 위상은 더욱 훼손됐다.
중국은 이번 세기 초 지방 당국이 중앙 정부가 명령한 성장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데이터를 조작해 분석가와 정책 입안자들은 국가 경제상황을 측정하기 위해 대체 방법을 찾아야 했다고 NYT는 지적했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아르헨티나였다. 아르헨티나는 2000년대와 2010년대에 인플레이션 수치를 체계적으로 축소해 국제 사회가 정부 데이터에 대한 의존을 중단했다.
2007년 아르헨티나에서는 네스토르 키르치네르 대통령이 국가 소비자 물가 데이터를 담당하던 수학자를 내쫓은 후, 수학자가 계산한 수치보다 훨씬 낮은 인플레이션 수치를 발표했다.
대중은 속지 않았다. 국제 채권 투자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결국 이들은 정부 외부의 연구자들이 계산한 대체 인플레이션 데이터 출처에 의지했다.
이러한 신뢰 상실은 아르헨티나의 차입 비용을 상승시키고 부채 위기를 악화시켜 국제 채무를 이행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옐런 “통계 국장 해임, 가장 발전된 경제국에서 예상했던 바 아냐”
경제학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 인준을 받은 맥엔타퍼를 1일 해임하기로 한 결정은 미국이 이들 국가를 따라가는 우려스러운 조치라고 지적했다.
전 재무부 장관이자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인 재닛 옐런은 이번 해고는 세계에서 가장 발전된 경제국에서 예상했던 바가 아니라며 “이런 일은 바나나 공화국에서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나나 대규모 농장을 하는 국가에서 노동자들의 착취를 뒷돈을 받고 방조하고 지원하는 등 후진적인 정치 체제를 지칭하는 것이다.
노동통계국은 노동부 산하 기관이지만 독립적으로 운영되며, 고용, 물가, 임금 및 기타 주제에 대한 상세하고 비당파적인 데이터를 생산한다.
맥엔타퍼 국장의 후임으로 임시로 임명된 윌리엄 비아트로프스키 대행은 오랫동안 노동통계국에서 근무하며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로부터 폭넓은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며칠 전만 해도 통계 기관의 정직성을 옹호하던 전문가들도 이제는 미국의 경제 데이터 흐름에 대해 불편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전 인구조사국 직원이자 현재 조지타운 대학교 교수인 에이미 오하라는 “빈곤율 수치가 좋아 보이면 인구조사국 국장 급여가 인상되나”고 말했다.
그는 이제 가계 소득 수치, 국내총생산(GDP), 소비자물가지수(CPI) 등에 대한 불신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부 통계는 사회가 스스로를 비추는 거울인데 왜곡되거나 완전히 깨지면 민주주의 체제의 핵심인 책임성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회가 스스로를 명확하게 보지 못하면 문제를 파악할 수 없고, 문제를 파악하지 못하면 올바른 해결책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해셋 위원장 “실업률 통계에 당파적 패턴” 주장
케빈 해셋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3일 NBC 방송에서 정부가 저조한 고용 보고서 발표 때문에 맥앤타퍼 국장을 해임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통계 조작됐다고 주장한 것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NBC 진행자 크리스틴 웰커가 “이게 바로 메신저를 쏘는 것과 같은 행위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절대 아니다”고 부인했다.
그는 “지금 골드만삭스, 월가 사람들은 ‘이런 수정은 어디서 왔고 왜 계속 일어나는 걸까?’라고 궁금해하고 있다”며 노동통계국이 5,6월 일자리 증가 수치를 수정한 것을 문제 삼았다.
해셋 위원장은 폭스 뉴스에 출연해서는 실업률 데이터에 ‘당파적 패턴’이 있다고 주장하며 “데이터는 선전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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