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일(현지시간) 일본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극우’ 성향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64) 전 경제안보상이 당선되면서, 사실상 그가 첫 여성 일본 총리가 될 공산이 크다. 일본의 대한국 노선도 강경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현지 공영 NHK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이날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총재로 당선됐다.
그는 국회 총리 지명 선거를 거쳐 총리로 당선될 공산이 크다. 총리 지명 선거는 오는 15일 치러질 전망이다.
자민당은 중의원(하원)·참의원(상원)에서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지 않다. 야당이 단일화된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면 정권도 교체될 수 있다.
그러나 야당의 협력이 깨지며 자민당의 총재가 무난하게 총리 자리에 오를 전망이다.
이른바 ‘여자 아베’로 불리는 그는 극우 성향으로 유명하다. 고(故)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21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그를 지지했다. 보수파의 스타로서 평가받는다.
특히 그는 ‘일본인 퍼스트’를 내건 우익 성향 참정당과의 협력에도 긍정적인 입장을 밝힌 만큼, 외교 정책 부분에서 강경한 기조를 내세울 가능성이 있다.
그는 지난해 총재 선거 과정에서는 총리 취임시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 참배 여부에 대해 참배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총재 선거 과정에서는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만 했다.
다만 그는 그러면서도 “(전범은) 형을 집행받은 단계에서 더 이상 죄인이 아니다”라고 주장을 펼쳤다. “서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에게 경의를 표하는 환경 만들기에 힘을 쏟고 싶다”고도 언급했다.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이 자유로운 환경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그는 지난달 27일엔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명)의 날’ 행사에 일본 정부가 장관급을 보내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주변국) 얼굴색을 살필 필요는 없다”고 했다.
다케시마의 날은 일본 시마네(島根)현이 매년 2월 22일 벌이는 행사로, 일본 정부는 올해까지 13년 연속 차관급인 정무관을 보냈다.
아사히신문은 장관급 정부 인사가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참석할 경우 “한국의 강한 반발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전 경제안보상은 2021년 일본군 위안부,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 한국과 중국이 부정확산 정보를 발신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지난달 24일 자민당 총재 선거 후보 공개토론회에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3국이 밀착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관계를 심화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총리의 ‘한일 관계 개선’ 기조를 계승할지는 불투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