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 정부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사실상 일축했다.
CNN, 가디언 등에 따르면 란디르 자이스왈 인도 외교부 대변인은 16일(현지 시간) 정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모디 총리 사이에 어떤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며, 총리가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중단하겠다고 확약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정상간 통화 사실 자체가 없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인도는 석유와 가스를 주로 수입하는 국가로, 불안정한 에너지 상황에서 인도 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는 것이 일관된 최우선 과제”라며 “우리의 수입 정책은 전적으로 이 목표에 따라 운영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15일 “그(모디 총리)는 오늘 러시아로부터 원유를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언했다”고 주장했으나, 인도 정부가 하루 만에 공식 부인한 것이다.
폴리티코는 양국의 입장차를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적 승리를 선언하고 러시아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려 하지만, 모디 총리는 미국의 강압에 굴복한 것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한다”고 해석했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이유로 지난 8월27일부터 인도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인도 상품에 이미 부과된 25% ‘상호 관세’를 합하면 50% 관세가 매겨지고 있다.
그러나 인도는 트럼프 행정부 압박을 ‘에너지 안보 위협’으로 규정하며 미국과 정면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CNN은 “인도가 트럼프 대통령 주장에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양국관계 긴장 상황이 조만간 해결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양국간 무역 협상이 더 교착될 것으로 내다봤다.
러시아는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데니스 알리포프 주(駐)인도 러시아대사는 16일 ‘인도-러시아 전략적 동반자 관계 25주년 컨퍼런스’에 참석해 “양국의 굳건한 관계는 다극화된 세계의 출현을 막으려는 서구의 압력과 제재가 실패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도 “모스크바는 뉴델리와 베이징이 공식적으로 발표한 러시아 석유 관련 성명을 따른다”며 트럼프 대통령 주장을 사실상 배제했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1일 중국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오는 12월 6년 만에 인도를 방문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