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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110달러의 경고…중동전쟁에 다시 드러난 ‘석유의 힘’

호르무즈 봉쇄에 공급망 충격 ... 석유소비량은 70년대 두 배 ... 전문가들 "탈석유 시대 아직 먼 미래"

2026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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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의 한 주유소 개솔린 가격이 모두 5달러를 넘어섰다.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 체포부터 중동 전쟁까지, 2026년은 석유가 여전히 글로벌 지정학과 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막강한 권력’임을 보여주는 해가 되고 있다고 9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열흘 만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110달러를 넘어섰다. 4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페르시아만 원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이 폐쇄될 경우, 세계 경제가 얼마나 큰 위험에 노출되는지가 다시 한번 확인되면서 석유가 국제 경제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에너지 분야 투자 가운데 약 3분의 2는 태양광 등 청정에너지로 향하고 있지만, 세계 경제는 여전히 안정적인 석유와 가스 공급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석유가 전 세계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보다 줄어 현재 30% 미만이다. 그러나 전 세계 석유 소비량 자체는 1970년대 초반보다 거의 두 배로 늘었다. 난방과 전력 생산에 사용되는 천연가스 역시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경제 활동을 지탱하고 있다.

클린턴·오바마 행정부에서 활동했던 데이비드 샌들로우 컬럼비아대 글로벌에너지정책센터 연구원은 “탈(脫)석유 시대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며 “우리는 에너지 전환의 초기에서 중간 단계에 있으며, 에너지 전환은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다시 돌아온 ‘석유의 지정학’
과거 석유는 ‘쟁탈 대상’이자 강력한 ‘정치적 압박 수단’이었다. 반세기 전 오일쇼크 당시에는 산유국들의 금수 조치로 유가가 몇 달 만에 네 배로 급등하며 미국 경제를 스태그플레이션의 늪에 빠뜨리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 역시 단기적인 공급 차질만으로도 글로벌 경제 전반에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트럼프 1기 행정부에서 이란·베네수엘라 특사를 지낸 엘리엇 에이브럼스는 “사람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옛 게임’이 돌아왔다”고 말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석유 물동량의 20%가 통과하는 통로로, 시장조사업체 클러퍼는 최근 이 지역 정유시설들이 공격 피해로 가동을 중단하거나 생산을 축소하면서 휘발유·디젤·항공유 등 정제 연료 생산량이 급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국제 유가는 2월 말 이후 약 37% 폭등했다.

카타르 역시 군사 공격을 이유로 액화천연가스(LNG) 생산을 중단하면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의 가스 가격이 급등했다. 반면 세계 최대 가스 생산국인 미국은 상대적인 충격이 덜했으나, 휘발유와 디젤 가격 상승은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는 미국 경제에 또 다른 악재가 되고 있다.

메건 오설리번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에너지가 지정학적 무기이자 경제 위협으로 다시 부상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라며 “에너지는 외교 정책의 수단이자 정책 목표 그 자체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이 쿠바 정권을 압박하기 위해 석유 공급을 차단한 조치가 꼽힌다. 이로 인해 쿠바는 현재 심각한 전력난과 인도주의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에너지 위기 속 달라지는 각국 전략
향후 각국의 대응은 에너지 자립도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은 재생에너지 전환을 더욱 서두를 것으로 보이며, 풍부한 자원을 보유한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화석연료 생산을 계속 확대할 가능성이 크다.

켈리 심스 갤러거 터프츠대 학장은 “자원 빈국들에게 재생에너지 투자는 안보 측면에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다만 태양광과 배터리 등 핵심 장비 생산을 중국이 장악하고 있다는 점은 또 다른 지정학적 리스크로 꼽힌다.

캐서린 울프럼 전 미 재무부 보좌관은 “태양과 바람은 특정 국가가 무기화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는 점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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