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고립에 1990년 만델라 석방 전격 결정
만델라와 노벨평화상 공동수상…부통령 기용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마지막 대통령으로 흑인 넬슨 만델라의 석방을 결정하는 등 남아공의 민주주의 전환에 기여했던 F.W. 데 클레르크가 11일 8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고인은 케이프 타운의 자택에서 암과 투병해오다 사망했다.
1990년 2월2일 데 클레르크 대통령은 의회 연설에서 종신형의 만델라가 27년 수감을 끝내고 석방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남아공은 야만적인 흑인 차별 정책을 철저하게 시행해 소수 백인들이 거의 모든 것을 독차지하면서 이에 반항하는 흑인들을 무자비하게 탄압했다.
이런 아파르트헤이트에 대한 국제 사회의 비난이 고조되면서 남아공의 고립이 심화되었다. 당시 대통령에 당선된 지 5개월밖에 지나지 않은 프레데릭 빌렘(F.W.) 데 클레르크는 국가 고립뿐 아니라 경제 위기 및 내전 가능성이 대두되자 이 같은 혁명적 조치를 취했다.
클레르크는 동시에 만델라의 아프리카민족회의(ANC) 등 반 아파르트헤이트 투쟁에 앞장섰던 흑인 정치 조직들을 합법화했다. 9일 후 만델라는 섬 감옥에서 풀려나 자유의 몸으로 돌아왔다.
만델라 석방 다음해 1991년 데 클레르크와 만델라 등 흑백 지도자들이 협상을 통해 아파르트헤이트, 인종 차별을 폐지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아파르트헤이트를 해체한 공로로 데 클레르크와 만델라는 1993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였다.
1994년 4월 국민 대다수를 차지하는 흑인들이 처음으로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선거에서 만델라는 최초의 남아공 흑인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데 클레리크는 두 명의 부통령 중 한 명으로 기용되었고 1997년 정계에서 은퇴했다.
고인은 남아공이 내전이나 대충돌 없이 인종차별을 마감하고 민주주의로 전환되는 데 큰 공을 세웠지만 남아공 백인들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많이 받았다.
또 흑백 공존의 민주주의 전환을 위해 협상하고 같이 노력하던 흑인 지도자들 역시 데 클레르크를 전적으로 신임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