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략국과의 협력을 중단하라. 당신의 입장을 보여주고 러시아 시장을 포기하라.”
지난달 11일 트위터에 게시된 글이다. 사용자 ‘AnnDmi3’는 이 글과 함께 헬스케어 거대 기업 존슨앤드존슨(J&J)을 태그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겨냥한 것으로, J&J에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할 것을 촉구하는 글이다.
우크라이나의 이른바 ‘인터넷(IT) 군대’가 러시아군에 맞서 항전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서방 기업이나 유력 언론을 대상으로 러시아 철수나 협력 중단을 요구한다. 이를 통해 러시아의 전쟁 자금줄을 끊고 비판 여론을 형성하는 게 목적이다.
1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있는 서방 기업을 압박하기 위한 ‘IT 군대’를 결성해 운영 중이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디지털혁신부 장관은 “사이버 및 정보전에 맞서 싸우는 것을 돕는 자원봉사자 모임”이라고 설명했다.
‘우크라이나의 IT 군대’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인 지난 2월 말 창설됐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해커, IT 전문가 등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고 보름여 만에 30만 명을 넘겼다. 현재 매일 약 1억 명의 소셜 미디어 사용자가 이들의 게시물을 접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한 때 IT 군대가 러시아 정부와 기업 웹사이트에 디도스 공격을 한 것이 보도되기도 했다. 최근 며칠 동안은 외국 정부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것을 요청했다고 페도로우 장관은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이들에게 수십 개의 서방 기업에 압력을 가할 것을 지시해왔다. 텔레그램을 통해 게시물의 샘플 언어를 제공했다고 한다. 종종 같은 텍스트와 이미지를 사용하기 때문에 자동화 프로그램인 ‘봇’으로 보일 수 있지만, 봇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위의 트윗 역시 단독 트윗이 아닌, 우크라이나 당국이 조직한 소셜 미디어 압력 캠페인의 일부다. J&J는 지난달 29일 러시아에서 개인용 의료용품 판매를 중단했다고 발표했지만 의약품과 의료기기 판매는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타깃이 됐다. 맥도날드도 이들의 공격 대상이 됐었다. 맥도날드는 결국 지난달 러시아 지점 일시 폐쇄를 결정했다.
유럽의 많은 국가에 매장을 둔 프랑스 최대 유통업체 ‘오샹(Auchan)’은 최근 타깃이 됐다. 한 트위터 사용자는 지난 9일 “오샹은 러시아 철수를 거부하는 가장 일관되고 비타협적인 회사 중 하나”라며 불매를 권하는 내용을 올렸다. 오샹그룹은 전쟁은 반대하지만 러시아 국민에게 식료품을 공급하는 것이 자신들의 할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IT 부대는 대표적인 뉴스통신사나 각 국의 유력 언론들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로이터와 WSJ, 뉴욕타임스(NYT), LA타임스, USA투데이 등의 편집장이 최근 타깃이 됐다고 WSJ는 전했다. IT 군대는 언론들이 우크라이나의 대의 증진에 참여하기를 바라고 있으며, 러시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기업의 광고를 거절할 것을 원하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에서 사업을 중단한 기업들은 ‘IT 군대’의 활동을 결정적인 요인으로 꼽고 있지는 않다. 대부분 서방의 제재 속에 사업을 영위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부터 직원들의 안전이 우려된다는 등 이유는 다양하다.
영국 최대 석유기업 셸(Shell)은 최근 러시아 석유와 천연가스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발표했는데, 그것은 인도주의적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셸 측은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사업 철수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외에도 소셜 미디어의 힘을 이용해 우크라이나를 돕는 곳이 여럿 있다.
영국에 기반을 둔 자문회사 하이게이트(Highgate)가 설립한 ‘보이콧 러시아'(Boycott Russia), ‘UA 텔레그램 아미'(UA Telegram Army), ‘스퀴징 푸틴'(Squeezing Putin), ‘엑시트 러시아'(Exit Russia)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