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침공 개시 57일째인 21일(현지시간)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의 전략적 요충지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선언했다.
우크라이나군 2000여명이 끝까지 항전하고 있는 제철소에 대해서는 급습 대신 봉쇄 명령이 내려졌고, 민간인들의 탈출 행렬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CNN과 AFP 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이리나 베레슈크 우크라이나 부총리는 이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민간인을 태운 피란 버스 4대가 전날 인도주의 통로를 통해 마리우폴을 빠져나왔다”고 밝혔다.
베레슈크 부총리는 “여성과 어린이, 노인을 대피시키기 위한 시도는 계속될 것”이라면서도 “안전 상황이 어렵고 모든 것이 변동될 수 있다”고 전했다.
민간인 6000명을 항구로 실어나를 수 있는 대형버스 90대도 대기 중이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아직 대피하지 못한 주민 10만 명이 남아 있다고 전했다.
마리우폴은 2014년 러시아가 무력으로 병합한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와 친러 분리주의 반군이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을 연결하는 요충지다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쟁이 시작된 이후 러시아군에 포위돼 인도주의적 위기가 가장 심각한 도시로 거론된다. 정확한 민간인의 피해 규모는 파악되지 않았으나 적어도 수천 명에서 많게는 수만 명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 장관은 푸틴 대통령에게 사실상 마리우폴을 점령했다고 보고했다.
이곳을 방어하는 아조우 연대와 우크라이나 해병대는 50일 넘게 결사 항전을 펼쳐왔으나 아조우스탈 제철소에 고립돼 한계에 달한 상황이다. 아조우스탈엔 우크라이나 군인 2000명과 1000명 안팎의 민간인도 함께 있는 걸로 알려졌다.
이에 푸틴 대통령은 아조우스탈을 총공격하는 대신 포위를 계속할 것을 지시했다.
The flag of the Donetsk People's Republic has been raised at the Mariupol television tower, the highest point in the city. pic.twitter.com/UvQTnJnZSH
— Russians With Attitude (@RWApodcast) April 21, 2022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추가 침공 작전에 돌입하자 미국과 독일 등 서방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추가로 군사를 지원하기로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 러시아 선박의 미국 입항을 금지하고 우크라이나에 1조원 규모의 추가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헬기와 장갑차 등 공격용 무기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지 일주일 만에 비슷한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책을 또 내놓은 것이다.
앞서 미 정부는 지난 13일 우크라이나에 155㎜ 곡사포, M-17 수송헬기, 대포병레이더, M113 수송용 장갑차를 포함해 8억 달러 규모 군사 지원을 한다고 발표했다.
이번 군사 원조 패키지에는 72기의 155mm 곡사포와 14만4000발의 포탄, 121대의 ‘피닉스 고스트’ 전술 드론(무인기) 등이 포함됐다.
이번 방안이 의회를 통과할 경우 경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약 34억 달러(4조2000억 원)를 지원하게 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마리우폴 상황과 관련해선 “러시아가 마리우폴을 통제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며 “아직 마리우폴이 완전히 함락했다는 어떤 증거도 없다”고 했다.
스페인과 덴마크 총리는 민간인 학살 의혹이 불거진 키이우 외곽 도시 보로디안카를 방문한 뒤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도 슬로베니아가 가진 러시아제 탱크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대신 슬로베니아에는 독일 무기를 보낼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