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년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걸그룹 ‘캣츠아이(KATSEYE)’를 출범시킨 하이브(HYBE) 걸그룹 오디션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가 ‘K팝 위기론’에 대한 해법이 될 지 주목 받고 있다.
22일 하이브에 따르면, 하이브와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산하 게펜 레코드가 뭉친 HxG의 ‘드림 아카데미’는 K팝 시스템을 팝의 본고장이자 세계 최대 음악시장인 미국 현지에 접목했다.
미국은 데뷔 전 아티스트가 스스로 재능을 개발하고 소규모 무대 등에서 상업적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뒤에야 매니지먼트, 음반사와 계약하는 구조다. 반면 K팝은 어리지만 잠재력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음악과 춤, 무대매너 등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아티스트로 성장시킨다.
이렇게 양쪽 대중음악 산업 문화가 다른데 하이브는 K팝 제작 시스템인 T&D 센터를 미국 현지에 이식하기 위해 노력했다. 아티스트 육성 시스템을 전수하고 현지 사정에 맞춰 최적화했다.
2년 전 세계 각국에서 치러진 예선 오디션에서 6000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참가자 20명의 성장 과정을 ‘드림 아카데미’에 담았다. 참가자들은 이곳에서 1년여 간 보컬, 댄스를 비롯해 다양한 훈련을 소화했다. 다만 참가자들이 K팝 시스템에 적응하고 트레이닝을 소화해 자신만의 예술적 역량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결과적으로 이는 기우였다고 하이브는 전했다. K팝 아티스트의 곡을 재연한 2차 미션에서 K팝 스타일의 음악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표현력을 선보였고, 레전더리 팝 음악을 K팝 스타일과 현대적 감성으로 재해석한 3차 미션에서는 K팝의 세계화를 통해 보여질 차세대 글로벌 아티스트의 모습을 예고했다는 것이 하이브의 판단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참가자들이 서로 다른 음악적 경험을 지녔지만 하이브의 체계적인 육성 시스템이 영향력 있는 글로벌 팝 스타의 길로 이끌어 줄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프로젝트에 임했다”면서 “그 결과 참가자들은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였다”고 전했다.
한·미 양국 대중음악계 전문가들이 총출동해 참가자들의 음악적 성장과 데뷔를 지원했다. 방탄소년단의 퍼포먼스 디렉터를 맡았던 손성득 HxG 총괄 크리에이터는 참가자들의 퍼포먼스 수준을 끌어올렸고 안무를 K팝 스타일로 재창작했다.
움베르토 리온 HxG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역시 Z세대의 시각에서 새롭게 해석한 의상 스타일링을 선보였다.
이같은 드림아카데미 참가자들의 전체 오디션 여정은 내년 넷플릭스를 통해 다큐멘터리로 방영돼 성장을 공개적으로 증명한다.
드림아카데미를 통해 탄생한 캣츠아이는 4개국 출신 6인이 최종 멤버로 구성됐다. 소피아(필리핀)∙라라(미국)∙윤채(한국)∙메간(미국)∙다니엘라(미국)∙마농(스위스) 등이다. 미국 현지에서 데뷔해 활동하는 하이브의 첫 K팝 걸그룹이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이 그룹이 새로운 시대와 세대의 목소리를 대표하고, 전 세계 젊은 층에게 ‘꿈은 이뤄질 수 있다’는 영감을 주길 바란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세계 각국에서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가진 20여명의 참가자들이 경쟁하면서 연대한 부분도 젊은 층에게 꿈을 준 부분이다. 올림픽을 방불케할 정도로 참가자들에 대한 관심과 응원전의 열기가 드높았는데 이 부분은 같은 걸 좋아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도 기여했다.
현재 글로벌 팬덤 플랫폼 위버스에 마련된 드림아카데미 커뮤니티에는 전 세계 국가 수에 비견되는 220여개국과 지역 팬들이 가입했다. 미국을 비롯해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등 남미, 필리핀, 태국, 인도 등 동남아 지역에서의 활동이 두드러진다. 정식 데뷔를 하지 않은 참가자들임에도 팬 커뮤니티 가입자 수가 33만명에 달한다. 생방송으로 진행된 라이브 피날레 무대는 전 세계 169개 지역에서 동시 시청하는 기록을 세웠다. 미션 투표도 세계 130여개 지역 시청자들이 참여할 정도로 주목도가 높았다.
하이브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처럼 자국 출신 또는 같은 문화권 참가자들을 위해 결집해 투표를 독려하는 움직임도 일었다”면서 “일부 회원들은 자국기 이모티콘을 게재하거나 국가명 앞에 해시태그를 붙여 같은 나라 참가자들에 대한 투표를 독려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다”고 전했다.
방시혁 의장은 올들어 K팝 위기론을 수차례 언급했다. K팝이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최전성기를 구가하는 만큼, 이는 당장의 위기 보다는 K-팝의 미래 영속성을 위한 구조적 변화, 즉 K팝 시스템의 세계화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선제적 발언으로 해석된다.
방 의장은 최근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최고의 밴드가 돼 K팝의 외연을 확장하고 K팝이 영속성을 갖는데 기여하는 것이 드림아카데미 목표”라면서 “(오디션 과정에서) K-팝 확장 가능성에 대한 가설들이 검증됐으며 드림아카데미와 같은 실험적인 시도를 지속해 K–팝의 지속가능한 성장 활로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