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영화계 거장 박찬욱 감독이 미국 작가조합(WGA)에서 제명됐지만, 향후 작품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11일 버라이어티는 박찬욱 감독과 공동 집필 파트너인 캐나다 시나리오 작가 돈 맥켈러는 HBO 미니시리즈 ‘더 심파타이저(The Sympathizer)’ 작업 과정에서 2023년 WGA 파업 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조합에서 제명됐지만 집필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WGA는 파업 중 ‘작업 중단’을 위반한 행위를 ‘스캡 라이팅(scab writing·파업 파괴 행위)’으로 간주하고 강력히 제재한다.
하지만 미 로펌 미첼 실버버그 & 크눕의 애덤 레빈 파트너 변호사는 “비조합원 신분을 이유로 고용에서 차별할 수 없다”며 “고용 가능성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박 감독은 미국 내외를 막론하고 영화·TV 시나리오 집필, 연출, 제작을 자유롭게 이어갈 수 있다. WGA 계약에 서명한 제작사도 그를 고용하거나 완성된 작품을 구매할 수 있으며, 비서명사와의 작업도 제약이 없다. 향후 작가 파업이 다시 발생해도 집필 활동이 가능하다.
‘더 심파타이저’는 파업 시작 전 이미 집필과 촬영이 마무리돼 후반 작업에 들어간 상태였으며, 박 감독과 맥켈러는 파업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해 일부 편집·대사 조정을 진행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WGA는 이를 ‘집필 행위’로 해석했고, 재판위원회가 권고한 ‘견책’보다 수위가 높은 ‘제명’ 결정을 내렸다.
박 감독은 이번 작품을 위해 WGA에 가입했으며, 결정에 불복하지 않고 제명을 수용했다.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에 따라 WGA는 조합원만 채용하는 ‘클로즈드 숍’을 금지하고 있어, 비조합원도 계약상 조건을 충족하면 고용이 가능하다. 단, 비조합원은 ‘파이낸셜 코어’(financial core) 명목으로 표준 조합비보다 4.21% 낮은 수수료를 내야 하고, 제작사는 연금·건강보험 부담금을 동일하게 지급해야 한다.
제명 후 박 감독은 WGA 투표권, 임원 활동, 조합 행사 참석, WGA 시상식 후보 자격 등을 잃게 되지만, 제작 현장에서 받는 대우는 변함이 없다.
다만 WGA가 공개하는 ‘탈퇴·제명 회원 명단’에 이름이 오르는 만큼 이미지상 부담은 남을 수 있다.
이 명단에는 조지 클루니, 실베스터 스탤론, 조지 루카스 등 WGA 비가입을 선택한 유명 인사들도 포함돼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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