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다저스타디움 곤돌라 프로젝트를 둘러싸고 메트로 이사회가 주민 의견 청취 없이 승인하려 하자 수백 명의 주민들이 반발하며 회의를 사실상 중단시키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4일 열린 회의에서 메트로 이사회는 프랭크 맥코트가 추진하는 곤돌라 사업을 논의 없이 승인할 의사를 보였고, 회의 시작과 함께 페르난도 두트라 이사회 의장은 표결 후에야 주민 발언을 듣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회의장은 곧바로 “말하게 하라!”고 외치는 반대 주민들과 “이미 들었다!”고 맞받아치는 찬성 주민들의 구호로 아수라장이 됐다. 이번 회의는 곤돌라 관련 네 번째 회의였고, 수정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채택을 위한 두 번째 회의였다.
두트라 의장은 “회의 끝에 발언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지만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결국 그는 메트로 경찰을 동원해 회의장을 비우겠다고 경고했다.
이사회는 75분 동안 별도의 방으로 이동해 다른 안건을 처리하고, 상황을 어떻게 정리할지 논의했다. 회의장에서는 반대 측이 확성기를 돌려 쓰고, 찬성 측은 춤을 추며 대립이 이어졌다. 메트로와 LA경찰국(LAPD) 관계자 10여 명이 자리를 지키며 현장을 관리했다.

결국 이사회는 주민 발언 시간을 투표 전에 1시간 제공하겠다고 양보했고, 회의장은 안정됐다. 52명의 발언자 중 42명이 곤돌라에 반대하는 의견을 냈으며, 이들 중에는 LA 시의회 의원 3명도 포함됐다.
두트라 의장은 “이것이야말로 민주적 절차”라고 말했으나, 표결이 이뤄지자 예상대로 곤돌라 프로젝트는 승인됐다. 찬성 측은 박수를 보냈고, 반대 측은 다시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고 외쳤다.
메트로가 수정된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를 인증하면서 이제 여러 주정부 기관과 LA 시의회가 사업 승인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시의회는 내년 말 다저스타디움을 중심으로 한 교통 영향 평가를 받은 뒤에야 안건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2023년 환경영향평가 보고서는 공사 비용을 3억8,500만 달러에서 5억 달러로 예상했다. 건설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는 경향이 있지만, 프로젝트 측은 최신 비용 추산을 공개하지 않았다.
2024년 메트로는 곤돌라 추진 단체가 분기별로 사업 진행 상황과 재정을 보고하도록 조건부 승인을 내렸지만, 소송으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보고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승인으로 소송이 종료돼 새 비용 추산은 내년 봄께 나올 전망이다. 사업 비용은 민간 자본으로 충당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재원 조달 방식은 공개되지 않았다.

LA 시의회는 지난달 곤돌라 사업 중단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12대 1로 통과시켰다. 결의안은 캐런 배스 시장에게 송부됐지만, 시장은 서명도 거부도 하지 않았다.
다저스타디움 인근 지역구를 대표하는 시의원들이 결의안을 발의했다.
배스 시장은 “시의회의 입장은 중요하다”면서도 “특정 지역구 의원이 강하게 반대하는 경우 다른 의원들도 그 의견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논의할 시간이 많이 남아 있으며 지금 사업을 중단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해당 지역구의 에유니세스 에르난데스 시의원은 내년 가을 시의회 표결 전까지 대체안을 마련하고 동료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12대 1이라는 표결은 매우 무거운 의미를 가진다. 이런 사안에서 그런 결과를 내기란 결코 쉽지 않다”고 강조했다.
배스 시장은 곤돌라 사업을 지역 사회의 발전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배스 시장은 “제가 가장 관심 있는 부분은 커뮤니티 이익입니다. 특히 홈보이 인더스트리와 차이나타운 주변 지역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어릴 때 보던 차이나타운이 쇠퇴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아팠습니다.”
이어 “지역 단체들은 프랭크 맥코트가 차이나타운 개발·재생에 더 많은 기여를 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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