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자산 10억달러 이상에 5% 일회성 과세 .. 11월3일 주민투표…찬성 52%·반대 46%
캘리포니아 억만장자들에게 순자산의 5%를 한 차례 과세하는 이른바 ‘억만장자세’ 주민투표를 앞두고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명이 공개 지지에 나섰다.
캘리포니아 주민발의안 40호(Proposition 40)는 2026년 1월1일 현재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순자산이 10억달러를 넘는 개인과 일부 신탁에 순자산의 5%를 일회성으로 과세하는 내용이다. 오는 11월3일 중간선거와 함께 주민투표에 부쳐진다.
대런 애쓰모글루,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에스테르 뒤플로, 아브히지트 바네르지, 피터 다이아몬드 등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6명은 19일 공개서한을 통해 주민발의안 40호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이들은 캘리포니아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최근 수십 년 동안 급증했지만 이에 상응하는 세금을 부담하지 않았다며 초부유층에 대한 과세가 불평등 완화와 공공서비스 재원 확보에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캘리포니아에서 부유세가 시행될 경우 미국의 다른 주와 연방정부는 물론 해외에서도 초고액 자산가 과세 논의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서한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의 억만장자는 약 250명으로 이들의 전체 자산은 약 2조3,000억달러에 달한다. 10년 전 약 7,000억달러 수준과 비교하면 3배 이상 증가한 규모다.
경제학자들은 또 2019년부터 2025년 사이 캘리포니아 억만장자들의 자산이 약 1조4,000억달러 늘었지만 같은 기간 이들이 납부한 주 소득세는 자산 증가액의 약 1.6% 수준이었다는 분석을 제시했다. 이들은 주식과 기업 지분 등 보유 자산의 가격 상승분이 매각 전까지 소득으로 과세되지 않는 현행 제도가 초부유층에 유리하게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주민발의안 40호가 통과되면 과세 대상 자산에는 기업 지분과 주식·채권 등 금융자산, 예술품과 지적재산권 등이 포함된다. 다만 부동산과 연금, 일부 은퇴계좌는 일반적으로 제외된다.
세금은 2027년 납부하게 되며 납세자가 원할 경우 추가 비용을 부담하고 최대 5년에 걸쳐 분할 납부할 수 있다. 세수의 90%는 의료 분야에, 나머지는 교육과 식품지원 및 세금 행정 등에 사용하도록 규정돼 있다.
주정부 입법분석관실(LAO)은 주민발의안 40호가 통과될 경우 수년에 걸쳐 수백억달러 규모의 일시적 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반면 일부 억만장자가 캘리포니아를 떠날 경우 이들이 내던 소득세가 줄면서 주정부 세수가 연간 최대 수억달러 이상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억만장자세는 의료노조인 SEIU-United Healthcare Workers West가 연방정부의 의료 관련 지출 삭감에 대응하기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추진하면서 본격화됐다. 추진 측은 약 1,000억달러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의 일부 억만장자와 기업인들은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구글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억만장자세 반대 운동에 1억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대 측은 부유세가 기업 창업자와 투자자들의 캘리포니아 이탈을 가속하고 장기적으로 주정부의 소득세 기반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역시 주 단위 부유세에는 반대하고 있다. 뉴섬 주지사는 초부유층 과세 자체보다는 개별 주가 아닌 연방 차원에서 시행하는 방식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캘리포니아 민주당은 주민발의안 40호를 지지하고 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들은 부유세가 실리콘밸리의 경쟁력을 훼손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들은 주민발의안 논의가 본격화된 이후인 올해 캘리포니아가 미국 신규 벤처캐피털 투자액의 약 80%를 유치했다며 기술기업과 자본이 대규모로 빠져나갈 것이라는 우려가 현재까지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이는 주민발의안 지지 측이 제시한 해석으로, 반대 측은 세금이 실제 부과될 경우 투자와 거주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맞서고 있다.
유권자들의 의견은 팽팽하다.
캘리포니아공공정책연구소(PPIC)가 지난 1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투표 가능성이 높은 유권자의 52%가 주민발의안 40호에 찬성한다고 답했으며 46%는 반대했다.
정당별로는 민주당 지지층의 72%가 찬성한 반면 공화당 지지층에서는 21%만 찬성했다. 무당파 유권자의 찬성률은 46%였다.
주민발의안 40호를 둘러싼 찬반 진영의 광고전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반대 측은 이번 조치가 향후 일반 주민에게까지 자산세를 확대하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지지 측은 과세 대상이 순자산 10억달러를 넘는 극소수로 명확히 제한돼 있다고 맞서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공식 유권자 안내서에 따르면 주민발의안 40호에 찬성표를 던질 경우 억만장자에게 순자산의 5%를 한 차례 과세하는 제도가 시행된다. 반대표가 더 많으면 현행 세제가 유지된다.
오는 11월3일 투표 결과는 캘리포니아의 세수 문제를 넘어 미국에서 초부유층의 미실현 자산 증가분을 어떤 방식으로 과세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