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서방의 경제 제재로 인한 외환 거래 어려움을 어렵게 헤치고 국채 달러이자 지급 통로를 열었다고 3일 블룸버그 통신이 보도했다.
자국 루블화 아닌 달러로 러시아 국채의 원리금이 하루나 이틀 새 채권자에게 실제 전달되면 러시아 정부는 치욕적인 채권불이행(디폴트)을 면하게 된다.
러시아 정부가 미 달러화 지불명시로 판매했던 유로본드 여러 건 중 2건이 4일(수) 정기 지불일이다. 올 2022년 만기 채권은 원리금을 달러로 줘야 하고 2042년 만기 채권도 달러로 이자를 매입 투자자인 채권자에게 줘야 한다. 올 만기 채권의 상환 원리금 규모는 6억5000만 달러로 알려졌다.
블룸버그 통신은 국제 어음교환소 한 곳이 모스크바로부터 관련 달러를 받아 지불작업을 하고 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러시아는 2014년 크름반도 합병 직후 서방의 경제 제재 충격에 국내총생산(GDP) 규모가 2조 달러에서 2020년 말 1억5000억 달러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정부 국고의 여유 현금인 외환보유고는 6300억 달러까지 증가했다. 이 보유고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달러 자산을 꺼내 국채 이자나 원금을 충분히 지불할 여력이 있던 것이다.
그러나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미국과 유럽 그리고 일본, 한국 등은 러시아 중앙은행의 자산과 외환보유 계정을 동결하고 주요 은행의 국제결제 시스템 사용을 금지시켰다.
6억5000만 달러 국채 원리금 상환은 4월 초에 도래했으나 30일 간의 유예기간이 적용되었고 그 기간이 4일 종료되었다. 러시아는 지난달 루블화로 국채 이자 등을 지불할 것이라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외환보유고 중 반 정도가 서방의 제재로 동결된 상황에서 달러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잘못하면 러시아가 디폴트를 면치 못하리라는 추측이 돌았다. 그러나 러시아는 지난달 29일(금) 관련 지불 현금이 최종적으로 중개자에게 전달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날 한 결제기관이 러시아로부터 달러를 받았다고 확인해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은 적어진 것이다.
러시아는 이번에 국내 예치 외환보유고 일부를 인출해서 달러를 마련했다. 미국은 러시아 내 자산이기 때문에 이 달러의 국제 거래를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