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이상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던 이탈리아 르네상스 거장 산드로 보티첼리의 그림이 나폴리 인근의 한 가정집에서 발견됐다.
29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탈리아 군사경찰대 카라비니에리 문화재보호사령부의 마시밀리아노 크로체는 이날 “보티첼리의 작품이 50년 이상 개인 주택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이를 조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당국이 보티첼리 그림이 보관된 개인 저택을 마지막으로 점검한 것은 50여 년 전이었다”며 “그 이후로 이 그림은 잊혔다”고 설명했다.
15세기에 제작된 이 작품은 약 1억유로(약 1414억2400만원)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술사학자 페페 디 마사는 이 그림이 23세에 사망한 보티첼리의 뮤즈이자 연인이었던 시모네타 카타네오 베스푸치에게 영감을 받아 만든 작품이며 보티첼리가 가장 사랑했던 작품 중 하나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처음에 산타 마리아 라 카리타 마을에 있는 성당에 보관됐다가 한 가문에 맡겨져 대대로 이 집안의 개인 주택에 보관됐다.
영국 작가 로널드 W 라이트보운이 쓴 보티첼리의 생애에 관한 책에 따르면 이 그림은 사실 보티첼리가 교황 식스토 4세에게 바친 것이다. 교황은 나폴리의 산타 마리아 라 카리타에 있는 작은 성당인 산타 마리아 델레 그라치에에 이 그림을 넘겨주었다.
당시 자금이 부족했던 교황이 포도밭 개발을 위해 나폴리에서 땅을 사들이고 있던 메디치 가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성당에 이 작품을 선물했던 것이다.
디 마사는 이탈리아 일간지 라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시기에 시스티나 성당 완공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메디치 가문의 경제적 지원을 얻으려고 이 작품을 성당에 공물로 기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티첼리의 마지막 작품 중 하나인 이 그림은 불분명한 이유로 50년 전 정부의 감시망에서 사라졌고, 이에 많은 사람들은 이 그림이 완전히 없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문화재보호사령부는 현재 이 그림이 정말로 이를 100년 넘게 보관해 온 한 가문의 소유물인지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크로체는 “이 가문이 해당 작품을 제대로 취득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만약 이 작품을 소유한 가족이 이를 보관할 자격이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 이 작품은 국가 소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보관할 자격이 있다면 가문의 소유로 남겠지만 작품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 박물관에 전시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크로체는 “이러한 그림은 이탈리아 국가의 공익 작품 목록에 등재돼 있더라도 보안·보존·관리를 보장할 수 있다면 개인이 소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발견된 그림은 수많은 긁힘, 광택제 산화로 인한 색채 변화 등으로 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작품은 대대적인 복원 작업을 거칠 예정이다.
디 마사는 “이 그림의 흔적이 사라졌을 때 많은 사람이 이를 지역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투쟁했다”며 “이제 이 그림이 박물관에서 제 자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