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최정상급인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갑작스럽게 첫 협연을 펼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로 출연이 취소된 러시아 피아니스트를 대신해서다.
조성진은 지난 25일 오후 8시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공연에 협연자로 나섰다.
조성진의 협연은 급박한 상황 속에서 결정됐다. 카네기홀은 이날 오전에 조성진의 공연 투입을 공지하면서 “매우 촉박한 통보에도 출연에 동의하고 베를린에서 와준 조성진에게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밝혔다.
당초 이날 공연에는 러시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발레리 게르기예프와 러시아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오를 예정이었다. 하지만 카네기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직후 지휘자와 협연자 출연을 취소했다.
두 사람은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선 러시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게리기예프는 푸틴에 대한 공공연한 지지를 표명했으며, 푸틴이 2013년 부활시킨 구소련의 노동영웅 훈장을 받기도 했다. 마추예프도 푸틴의 지지자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강제 합병을 지지한 바 있다.
지난 24일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이후 푸틴에 대한 전 세계의 비난이 거세지자 카네기홀은 이들의 교체를 알렸다. 게르기예프를 대신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음악감독인 야닉 네제 세갱이 지휘를 맡았고, 조성진은 마추예프의 빈자리를 채웠다.
조성진이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성진은 27일 자신의 트위터에 “카네기홀에서 열린 빈필 공연 막판에 투입돼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과 잊지 못할 경험을 했다”며 벅찬 소감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