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테이크부터 물까지 자기 이름을 걸고 판매하는 ‘현대판 봉이 김선달’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이 대체불가능토큰(NFT)에 눈독을 들이지 않을 리가 없다. 그림을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면 돈을 빨아들일 수 있는데 말이다.
트럼프가 14일 수퍼히어로, 우주인, 서부 시대 보안관, 각종 만화 주인공으로 분장한 자신의 사진을 담은 디지털 카드를 판매하는 온라인상점을 개설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는 카드 판매를 선전하는 동영상에서 자신이 “링컨, 워싱턴보다 나은” 대통령이었다고 선언했다.
이와 관련 미 뉴욕타임스(NYT)는 15일 트럼프 지지자들이 “트럼프에게 그런 사업을 하도록 제안한 사람이 누구냐”며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미디 현장 공연을 하는 케이스와 케빈 호지는 “누구든 해고해야 한다” “모든 애국자들이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는 와중에 트럼프가 큰 건을 터트리겠다고 한 뒤 NFT 소장 카드 동영상을 ‘발표’해 사람들을 밀어냈다”고 트윗했다.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20달러 이상의 정치헌금을 해 달라고 주문해왔지만 그의 카드는 최소 가격이 99달러다. 그나마 이 돈은 그의 대선 자금에 기부하는 것이 아니고 트럼프의 개인 호주머니를 채우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주변에서는 이번 일로 소액 기부자들이 크게 줄 것을 우려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새 사업이 성공하기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우선 NFT 제작자들이 받는 돈이 현금이 아닌 암호 화폐라는 점이다. 얼마 전 수십 만 달러 상당의 암호 화폐로 거래되던 NFT의 가치가 지금은 수천 달러 수준으로 폭락했다.
둘째, 사람들이 더 이상 NFT에 큰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암호 화폐가 활황이던 지난해 NFT 시장이 힘을 받았다. 지난 1월 소장용 NFT 거래가 1주 동안 32만2000건이나 이뤄져 수억 달러가 오갔다. 그러나 지난 9월 거래량이 97% 줄었다. 최근에는 1주일 소장용 NFT 거래량이 3만3000건에 불과하다.
셋째, 트럼프가 제시하는 NFT 작품의 상품성이 크게 떨어진다. 수퍼 히어로 등의 분장을 한 자신의 모습을 담은 디지털 카드를 시초가 99 달러에 살만한 사람은 많지 않다.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45장 이상을 사면 ‘트럼프와 저녁식사’에 초대한다거나 ‘트럼프와 1시간 골프’ “트럼프와 화상 통화‘ 등의 경품을 걸었지만 효과가 얼마나 있을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는 2년 전 대선에서 패배한 이래 권력이 없어도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재출마할 것이라고 믿는 지지자들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모금했고 대통령 재임 시절의 사진 모음집을 발행해 돈을 벌었다. 책 한 권에 75 달러를 내는데 디지털 카드에 99 달러는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트럼프의 계산이다.
지난달 재출마를 선언한 트럼프는 지금껏 유세 활동을 하지 않아 지지자들을 초조하게 만들고 있다. 그사이 자기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방안을 찾는데 몰두했음이 드러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