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고향 땅이 그리웠던 미국흑곰은 6개월 동안 1600㎞ 이상을 떠돈 끝에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17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보도에 따르면, 야생 동물 연구원들에게는 ‘609번’으로 알려진 암컷 흑곰은 6개월 전 테네시주 그레이트스모키산맥 국립공원에서 쫓겨났다. 테네시주 지역 언론에 따르면 609번은 평소 방문객의 피크닉 테이블에서 음식을 집어 먹고, 보행자들의 가방을 문 채 도망치고, 쓰레기통을 뒤집어엎는 등의 ‘대혼란’을 일으키던 ‘사고뭉치’였다.
609번은 결국 정든 고향 땅을 떠나 240㎞ 떨어진 테네시주 사우스 체로키 국유림으로 강제 이주해야만 했다. 지역 야생동물 연구팀은 이 ‘사고뭉치’의 행동 양식을 파악하기 위해 추적 장치를 부착했다.
드넓은 사우스 체로키 국유림에는 곰이 좋아하는 무지개송어가 잔뜩 살고 있었지만, 609번은 새로운 집이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연구팀은 609번에 부착된 추적 장치가 국유림을 벗어나 꾸준히 이동하고 있는 것을 관측했고, 곰이 고향으로 돌아가려 하고 있다 판단했다.
하지만 길치 주제에 의욕만 앞섰던 것인지, 아니면 고향을 떠나온 김에 드넓은 세상을 조금 더 구경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인지, 609번은 240㎞ 떨어진 고향으로 직진하는 대신 엄청나게 빙 돌아가기 시작했다. 609번은 테네시주 사우스 체로키 국유림을 떠나 남쪽으로 인접한 조지아주를 거쳐, 사우스캐롤라이나, 노스캐롤라이나를 두루 돌아다녔다.
여행 중에도 성격은 여전했다. 목격자의 진술에 따르면, 609번은 조지아주의 쇼핑몰을 활보하며 닫혀 있는 가게 문을 열려 했고, 어김없이 쓰레기통도 한 번씩 뒤집고 다녔다. 609번은 여정 중 지나가는 차에 치이기도 했지만, 6개월에 걸친 여정 끝에 그레이트스모키산맥 국립공원으로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었다. ‘사고뭉치의 귀환’이었다.
609번의 여정을 추적한 야생생물학자 빌 스티버는 테네시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609번은 결코 속도를 늦추는 법이 없었다. 그녀의 여정은 내 야생 동물 연구 인생에서 관측한 가장 기괴한 행동이었다”라고 말했다.
테네시주 야생동물관리국은 돌아온 609번을 고향에 내버려 둘지, 아니면 다시 한번 다른 곳으로 이주시킬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