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형 새 개찰구, 센서에 손 대자 문 열려 한번 찍고 여러명 통과…쓱 밀자 그냥 열리기도
한번 찍고 여러명 통과…쓱 밀자 그냥 열리기도 운영사 “경찰 단속 등 대책 마련”…벌금 효과 기대
만성화된 무임승차로 골머리를 앓던 미국 뉴욕 지하철이 100만달러에 가까운 비용을 들여 도입한 신형 개찰구가 어이없게 뚫리는 영상이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와 화제가 됐다.
10일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최근 한 남성 틱톡커가 ‘티켓을 안 사도 되는 방법’이란 영상을 공유했다. 영상을 보면 남성은 서핀불러바드-아처애비뉴-JFK공항역(Sutphin Boulevard–Archer Avenue–JFK Airport)에 설치된 신형 개찰구에 다가갔다.
그리고 옆 개찰구의 출구 센서 위에 대고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개찰구가 활짝 열렸다. 주변에 경찰관들이 보였지만, 남성은 아무런 제지 없이 개찰구를 통과해 유유히 걸어갔다. 영상 https://t.co/Rm2x7LXMBX
메트로폴리탄교통공사(MTA)가 운영하는 뉴욕 지하철은 그동안 고질적인 무임승차로 큰 손해를 입어왔다. 승객들은 개찰구를 뛰어넘거나, 기어서 통과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요금을 내지 않고 빠져나갔다. 이런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은 연간 6억90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골치를 썩던 MTA는 해결책으로 신형 개찰구를 도입했다. 양문 형태로 열리는 신형 개찰구는 넘어가거나 밑으로 기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졌다. JFK공항역에선 테스트를 거쳐 지난해 12월 운영을 시작했다. 설치 비용은 70만 달러가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점차 늘려서 모든 역의 개찰구를 교체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야심차게 도입한 신형 개찰구에 큰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실효성에 물음표가 달리게 됐다. 뉴욕포스트는 기자가 직접 현장에 가서 시도한 결과, 틱톡 영상에 등장한 방법이 실제로 통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한 같은 틱톡커가 올린 다른 영상을 보면 신형 개찰구엔 이외에도 많은 빈틈이 존재했다. 가방이나 짐을 가진 승객이 통과하기 편하도록 문이 열리면 5초 정도 유지되는데 이 사이에 개찰구를 한번만 찍고 여러 명이 통과하는 것도 가능했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일부 개찰구는 문이 고정되지 않아 쓱 밀면 열려서 지날 수 있었고, 카드를 찍지 않았는데도 다가가자 문이 열리는 영상도 있었다.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뛰어넘는 것보다 더 쉬워졌다”, “다음엔 철조망을 설치해야겠네”, “MTA는 개찰구에 지출할 돈은 있지만 선로에 떨어지는 것을 막지는 못한다” 등 비꼬는 댓글이 이어졌다.
MTA는 “무임승차를 막기 위해 새로운 개찰구·단속 경찰관 배치·요금 할인 등 다양한 대책을 계속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MTA는 경찰 단속 적발자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MTA 직원은 뉴욕포스트에 “2.9달러(약 3800원)의 요금을 내는 대신 100달러(약 13만원)의 벌금을 내고 싶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