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 단위로 운영되는 일반인들의 삶과 달리 물리학에서 초정밀 시간 측정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 주식 시장 개장과 GPS의 정확도, 태양계 탐사 등 모든 면에서 핵심 역할을 하는 정밀한 시간 측정은 나아가 우주의 심오한 신비를 푸는데도 중요한 수단이 된다.
초정밀 시계는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옳았음을 뒷받침한다. 중력에 의해 시간이 느려지는 것이다.
차세대 스톱워치를 개발하면 화산 분출을 예측할 수 있고 암흑물질의 양을 측정할 수 있으며 중력파를 기록하고 물질의 구성을 통제하는 근본 상수를 실험할 수 있게 된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12일(현지시각) 미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팀이 그동안 거의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졌던 방사성 토륨 원자를 이용한 초정밀 핵시계를 만드는데 큰 진전을 이뤘다고 보도했다.
텍사스 A&M대 올가 코차로프스카야 교수는 네이처 저널에 실린 그들의 연구 성과가 “엄청난 일”이라며 “핵 시계를 만드는 실질적 방법을 제시했다. 꿈이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시계를 만들려면 주기적 리듬 현상부터 측정해야 한다. 해시계에 비치는 그림자로 측정하는 지구의 자전, 할아버지 벽시계의 시계추 진자 운동, 손목시계의 수정 진동, 원자의 미세한 진동 등이 측정 대상이다.
그러나 이들의 리듬은 완벽하게 균일하지 않다. 수정 진동을 사용하는 손목시계는 통상 하루 1초 미만의 오차가 발생한다. 세슘 원자 시계는 100만 년에 1초 정도의 오차가 발생한다. 세슘 원자는 1967년 초당 91억9263만1770회 진동하는 것으로 규정됐다.
과학자들은 보다 정밀한 시계를 개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현존하는 가장 정밀한 시계는 현재 콜로라도 주립대 물리학자 준 예가 운영하는 시계다. 마이크로파 수준의 세슘 원자의 진동 보다 5만 배 이상 빠르게 진동하는 중금속 스트론튬을 이용한 것이다. 이 시계는 138억년에 1초의 오차가 있다.
과학자들은 이보다 더 정밀하지만 포착하기 어려운 원자핵의 진동으로 시간을 측정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원자핵에 적절한 주파수의 레이저 빛을 조사하면 핵 구성물질의 에너지를 변화시켜 진동을 일으킬 수 있다.
독일 물리학자 에케하르트 페이크가 2001년 토륨 229 원소의 핵 진동에 기반하는 시계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토륨은 우라늄 233이 분열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방사성 물질이다.
원자핵시계를 만들기 위해선 핵 구성물질의 진동을 촉발하는 주파수의 레이저부터 찾아내는 것이 과제지만 정말 지난한 과정이다. 과학자들은 수십만 개의 열쇠로 문을 여는 것처럼 다양한 주파수의 레이저로 토륨 원자핵을 조사해보는 수밖에 없었다.
또 특정 영역에서 빛을 발하는 레이저를 찾아내야 했다. 자외선이 산소 분자에 흡수되는 것을 방지할 진공 실험방도 있어야 했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물리학자들이 지난해 5월 토륨 원자핵의 진동을 측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콜로라도 주립대 연구팀이 핵시계 진동을 촉발하는 레이저의 주파수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장비를 만들었다.
연초 빈 공과대 팀과 UCLA 팀이 투명 수정 속에 넣은 토륨 원자 핵의 진동을 촉발하는 레이저를 찾아냈다. 이어 콜로라도 주립대 팀이 수백만 번에 걸쳐 진동을 측정하는데 성공했다. 콜로라도 주립대는 이를 토대로 토륨 원자핵 시계는 4조7070억7261만5078번의 진동이 1초가 된다고 밝혔다.
이처럼 정밀한 시계가 만들어짐에 따라 “신 물리학”의 지평이 열릴 전망이다.
“알파(α)”를 단위로 하는 미세 구조 상수는 전하를 띤 입자 사이의 전자기 상호작용의 강도를 가리킨다. 물질의 구성과 생명의 존재에 핵심적 요소다. 그러나 미세 구조 상수가 실제로는 상수가 아니며 변동이 있다는 의심이 있어왔다. 정밀한 핵원자 시계가 만들어지면 미세구조상수가 변화하는 지 측정할 수 있게 된다.
미세구조상수가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되면 모든 원자의 특성에 대한 이론이 바뀌게 되며 이는 화학 작용과 생물 기전 이론이 뒤집힌다는 뜻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