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관세 폭탄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생존전략이 미국 Z세대 사이 주목받고 있다.
27일 CNBC에 따르면 최근 틱톡, 인스타그램 등 SNS(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서 경제적 불확실성에 대비해 과거 불황, 대공황, 전시 기간에 출간된 요리책에 나온 레시피를 소개하는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 영상을 만든 28살 키키 러프는 한 달 만에 35만 명의 팔로워를 모았고, 영상 조회수는 2100만 뷰를 기록했다.
러프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댓글을 보면 ‘옛 가난한 세대가 새 가난한 세대를 가르친다’는 농담이 계속 보인다”며 “지금은 모두가 무서워하고 있으니, 지식을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배움이야말로 이런 상황을 헤쳐나갈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달 초 광범위한 고강도 관세를 부과하자 최근 미국 내에선 경기 침체에 대한 두려움이 퍼졌고, 이에 미국인들은 미래에 대한 불안함을 해소하기 위해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당시 활용했던 생존 전략을 다시 꺼내들고 있다.
실제 구글은 2000년대 후반을 상징했던 경기 침체 관련 용어들에 대한 검색량이 이달 급증할 것으로 예측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에 대한 검색은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보이고, ‘대침체’에 대한 검색은 코로나 팬데믹 초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 될 전망이다.
CNBC는 최근 틱톡을 중심으로 밀레니얼 세대와 X세대가 젊은 세대에게 경기 침체 생존법을 전수하거나 Z세대들이 경기 침체가 어떤 것인지 경험담을 들려달라며 선배 세대에게 요청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SNS에서 오르내리는 경기 침체 생존법은 해외여행 대신 가까운 곳으로 저렴하게 여행을 가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갈비를 저녁 메뉴로 선택하고, 값싼 술을 섞은 ‘정글 주스’를 마시는 것 등이다.
일부 콘텐츠 제작자들은 물가 상승 여파로 과거의 생존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2009년 이후 연방 최저임금은 7.25달러에 머물렀지만, 생활비는 급격히 상승한 탓이다.
가정 경제와 세대 간 경제를 연구하는 밥슨 칼리지 메건 웨이 부교수는 “불확실할 때 다른 사람의 경험에 기대는 것은 아주 인간적인 행동”이라며 “이런 공유는 상황에 대해 준비됐다고 느끼게 해준다. 극심한 공포야말로 경제에 가장 해로운 것”이라고 말했다.
웨이는 또 사람들이 세계 금융 위기 당시를 자연스럽게 참고하는 이유는 그때의 위기가 충격적이고 광범위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지금과 달리 주택시장 붕괴를 촉발한 부실 부채가 없다는 점은 차이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경제적·지정학적·국내 정책적 불확실성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만큼, 전문가들은 세계 금융 위기 당시 대침체와 비슷한 예측 불확실성이 재현되고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