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 중국 전자상거래 제품에 대해 사실상 면세 혜택을 폐지하고, 120%의 초고율 관세를 전격 부과했다. 저가 중국산 제품을 직구로 구입해오던 소비자들에겐 ‘가격 폭탄’이 현실화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0일 백악관에서 중국과 홍콩발 800달러(약 117만원) 이하의 전자상거래 소포에 대해 120%의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시행일은 오는 5월 2일이다.
기존에는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에 따라 800달러 이하의 수입품에는 관세가 부과되지 않았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중국산 소액물품에 대한 면세를 폐지하는 첫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30% 관세 부과 방침을 밝혔고, 이후 9일엔 90%, 이어 10일엔 120%로 관세율이 다시 인상됐다. 불과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상향 조정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공산당은 자국 화학기업들이 펜타닐 같은 불법 마약을 미국으로 밀반입하는 걸 방조하고 있다”며 “관세 강화는 불법 유입 차단 조치”라고 밝혔다. 백악관은 중국이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통해 위조 송장과 사기성 우편을 동원해 마약 밀반입을 시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곳은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들이다. 테무, 알리익스프레스, 쉬인 등은 ‘소액 면세’를 활용해 미국 시장에서 초저가 제품을 공급해왔다. 하지만 이번 관세 폭탄으로 인해 이들 제품 가격은 최소 2배 이상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중국 및 홍콩 수출업체들은 벌써 혼란에 빠졌다. 한 수출업체는 “운송 도중 갑자기 관세가 부과돼 운임비보다 더 많은 세금을 물게 생겼다”며 화물을 바다에 투기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한편, 이번 조치는 지난주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산 일반 수입품 관세를 104%에서 145%로 인상한 데 이은 후속조치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대중 무역정책이 하루 단위로 급변하고 있다”며 “정치적 목적과 연계된 강경 조치가 계속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산 제품 가격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면서, 전자상거래 소비자들의 체감 물가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