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체에 유입된 미세 플라스틱이 뇌에 가장 많이 축적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5일 CNN 등 외신에 따르면 뉴멕시코대 연구팀은 2016~2024년까지 뉴멕시코주 엘버커키 검시소에서 채취한 인간의 간, 신장, 뇌의 전두엽 피질 부검 샘플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8년간 법의학적 부검을 받은 시신 92구를 분석했는데, 모든 장기에서 미세 플라스틱 수치가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같은 기간 뇌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이 5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뇌 샘플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의 양은 신장과 간 등 다른 장기보다 최소 7배에서 최대 30배 많았다.
연구 주저자인 매튜 캠펜 뉴멕시코대 제약학 교수는 “평균 연령 45~50세인 정상인의 뇌 조직에서 확인한 미세플라스틱 농도는 1g당 4800㎍(마이크로그램), 뇌 중량 기준 0.5%였다”며 “2016년 부검한 뇌 샘플과 비교하면 (2024년 샘플이) 약 50% 더 높은 수치로, 오늘날 우리의 뇌가 99.5%만 뇌이고 나머지는 플라스틱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또 심장과 대혈관, 폐, 간, 고환, 태반 등 장기에서 미세 플라스틱이 발견됐는데, 뇌 조직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은 다른 장기에서 발견된 미세 플라스틱보다 크기가 작았다.
캠펜 교수는 “뇌는 100~200㎚ 길이의 아주 작은 나노 구조를 끌어들이는 반면, 1~5㎛ 길이의 큰 입자는 간과 신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플라스틱 입자가 장기로 유입되는 원인으로 ‘지방’을 꼽았다. 플라스틱이 지방이나 지질을 좋아해 우리가 섭취하는 지방과 함께 혈액을 통해 장기로 유입된다는 것이다.
특히 뇌는 무게 기준 약 60%가 지방으로 구성돼 있다. 다른 장기보다 지방을 훨씬 많이 필요로 하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더 많이 발견됐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뇌 안에 미세플라스틱 증가가 전 세계적으로 알츠하이머병과 기타 치매 질환의 발병률 증가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캠펜 교수는 “알츠하이머를 포함해 치매로 사망한 사람들의 뇌 샘플 12개를 살펴본 결과, 건강한 뇌보다 10배 많은 플라스틱이 발견됐다”며 뇌 안에 미세플라스틱 증가가 치매 질환의 발병률 증가와 연관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 결과가 미세 플라스틱의 수치적인 증가만 보여줘을 뿐, 이로 인한 뇌 손상에 대한 정보는 설명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피비 스테이플턴 럿거스대 약리학 조교수는 “인체 내에서 미세 플라스틱 입자가 유동적으로 뇌에 들어오고 나가는지, 혹은 신경 조직에 축적돼 질병을 유발하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