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건강하게 지내던 58세 남성 A씨가 새벽 잠결에 갑작스런 구토를 한 뒤 의식을 잃고 응급실로 실려 왔다. 이전까지 간질이나 발작 병력이 없던 그는 병원 도착 후에도 의식이 호전되지 않은 채 갈색 분비물을 세 차례 토했고, 곧이어 전신 강직간대발작이 나타났다. 강직간대발작은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면서 몸이 뻣뻣해지는 강직기와 온몸을 규칙적으로 떨리는 간대기가 번갈아 나타나는 전신 발작이다.
의료진은 토한 내용물 속에서 다량의 은행 열매를 확인했다. A씨는 내원 전 이틀 동안 길가에서 주운 은행 3000개 중 일부를 식사 때마다 볶아 4~5알씩 먹어왔으며, 전날 저녁에는 약 두 주먹 분량, 즉 200알가량을 한꺼번에 섭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의료진은 은행 중독에 의한 간질지속상태로 판단했다. 이에 의료진은 비타민 B6 형태인 피리독신(pyridoxine) 50mg을 투여했다. 다행히 A씨의 상태는 서서히 호전됐다. 내원 4일째 의식이 회복됐고, 경련 재발도 없었다. 이후 시행한 뇌파검사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후 치료를 이어간 그는 10일째 퇴원했다. 이난 지난 2011년 순천향대 천안병원 신경과학교실이 발표한 ‘은행 열매 중독으로 인한 간질지속상태’ 증례 보고서를 정리한 것이다.
26일 식품영양학계에 따르면 은행은 고소한 맛으로 사랑받는 별미지만 독성 물질이 포함돼 있어 과하게 섭취할 경우 건강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
은행에는 독성물질인 시안 배당체, 메틸피리독신 등이 있어 섭취 시 주의가 필요하다. 시안 배당체는 체내에서 효소 작용을 거치며 청산으로 불리는 시안화수소를 만들어낸다. 시안화수소는 현기증, 구토, 설사 같은 급성 중독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의식 저하나 산소 공급 장애로 인한 청색증이 나타날 수 있다.
은행 속 또 다른 유해 성분인 메틸피리독신도 주의해야 한다. 일본중독정보센터는 발표 자료를 통해 “은행을 오래전부터 식용·약용으로 사용해 왔지만, 과량 섭취하면 경련·복통·호흡곤란·혼수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간질 치료 중인 고령자가 은행잎 진액을 복용한 후 발작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사례도 보고됐다.
메틸피리독신은 신경계 기능 유지에 필수적인 비타민 B6의 작용을 저해하는 독성 물질이다. 뇌 속에서 신경전달물질 ‘GABA’생성에 영향을 주면서 경련과 호흡곤란을 유발한다. 한번에 많은 양을 먹으면 의식을 잃거나 발작을 일으키며 심할 경우 사망할 수도 있다. 특히 열에도 안정적이어서 굽거나 삶아도 독성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전문가들은 은행을 반드시 익혀 먹되, 섭취량을 제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생은행은 독성 농도가 더 높아 반드시 볶거나 익혀서 먹어야 한다. 성인은 하루 10알, 어린이는 3알 이내로 제한하는 것이 안전하다.
한 전문가는 “식물 씨앗은 지방(불포화지방산), 단백질, 탄수화물, 비타민, 무기질 등 영양소가 풍부하다”라며 “하지만 일부 씨앗은 자체 보호수단으로 시안배당체 등 자연독소를 함유하고 있는 경우가 있으므로 올바르게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