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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먹고 싶다” 이유 있었네…장이 뇌에 보낸 신호

단백질 부족하면 장이 먼저 감지…뇌에 신호 보내 섭취 유도

2026년 05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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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연구원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성배 단장 연구팀이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공동 연구진과 함께 몸속 단백질 부족 신호를 감지한 장이 뇌의 신경회로를 바꿔 필수 아미노산을 선택·우선적으로 섭취하게 만드는 장-뇌 축 작동 원리를 규명했다.[뉴시스]
유독 고기가 먹고 싶은 날이 있다. 이는 단순 입맛 탓만은 아니다. 장이 뇌를 설득해 식단을 짜는 과학적 원리 때문이다. 몸속에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장이 뇌의 신경회로를 바꿔 단백질을 찾아 먹게 한다. 단순히 음식을 더 많이 먹게 하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은 더 찾고 탄수화물 섭취는 줄이도록 만든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기초과학연구원(IBS) 마이크로바이옴-체-뇌 생리학 연구단 서성배 단장 연구팀은 서울대, 이화여대 공동 연구진과 함께 이 원리를 밝혔다. 연구 성과는 세계 최고 권위의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됐다.

장은 단순히 음식을 소화하는 기관만은 아니다. 몸속 영양 상태와 음식 성분, 장내 미생물, 병원균 같은 다양한 정보를 감지한다. 나아가 장 분비 호르몬을 통 혈당과 식욕, 면역 등 전신 대사에도 영향을 준다. 이 때문에 장은 ‘제2의 뇌’로도 불린다.

다만 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어떤 신경·호르몬 경로를 거쳐 뇌에 전달되고, 실제로 ‘무엇을 먹을지’라는 행동 선택으로 이어지는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다.

장 신호, 빠른 신경·느린 호르몬 타고 뇌로
연구진은 영양 결핍에 대응하는 장-뇌 축이 단일 경로가 아니라 이중 시스템으로 작동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빠른 신경망’과 ‘느린 호르몬’이 동시에 협력하는 정밀한 구조다.

장-뇌 축은 장과 뇌가 신경, 호르몬, 면역 신호 등을 통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생리적 연결 체계다.

단백질이 부족해지면 장 상피세포가 이를 먼저 감지한다. 이후 아세틸콜린을 활용해 장에서 뇌로 직접 연결되는 빠른 콜린성 기반 신경 경로로 뇌에 신호를 보낸다. 이 신호는 동물이 결핍 초기 단계에 즉각적으로 필수 아미노산을 섭취하도록 유도한다.

뒤이어 장에서 CNMa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 호르몬은 순환계를 타고 느리게 뇌에 도달해 단백질 선호 행동이 장시간 유지되도록 돕는다.

CNMa는 초파리 장에서 분비되는 펩타이드 호르몬이다. 연구진은 앞서 2021년 네이처 논문에서 초파리가 단백질 결핍 상태가 되면 장에서 CNMa가 분비되고, 단백질 음식을 더 선호하게 된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장이 보내는 신호가 실제로 어떤 경로를 거쳐 뇌에 전달되고 행동 변화로 이어지는지를 구체적으로 규명된 것이다.

뇌 속 뉴런 제어해 필요한 식단으로 재조정
이번 연구는 장이 단순히 식사량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영양소 쪽으로 섭식 행동을 조정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단백질이 결핍되면 장 유래 CNMa 신호는 필수 아미노산 섭취를 촉진하는 ‘EB R3m 뉴런’을 활성화한다. 반면 탄수화물(포도당) 섭취를 촉진하는 뉴런(DH44)의 활성을 억제한다. 해당 뉴런의 기능을 억제할 경우, 필수아미노산 선호 행동은 사라졌다.

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장과 뇌가 스스로 식단을 재조정하는 셈이다.

초파리 아닌 생쥐도 단백질 부족하면 같은 반응
연구진은 이 같은 장-뇌 축 시스템이 초파리뿐 아니라 생쥐에서도 작동하는 것을 확인했다.

특히 기존에 단백질 결핍 반응의 핵심 호르몬으로 알려진 간 유래 호르몬(FGF21)이 없는 상태에서도 같은 행동 반응이 유지됐다.

이는 단백질 부족에 대응하는 섭식 행동이 기존 FGF21 경로와 별도로 작동하는 장-뇌 조절 시스템일 가능성을 보여준다. 장에서 만들어진 신호가 혈액을 타고 뇌에 직접 도달하는 방식만이 아니라, 신경 경로를 통해서도 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현재까지 다양한 장 호르몬이 뇌에 영향을 미치는 구체적인 방식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식욕과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GLP-1은 장에서 생성되지만 수 분 내에 빠르게 분해된다. 여기에 혈액 속 물질이 뇌로 이동하는 것을 선택적으로 제한하는 ‘혈액-뇌 장벽’도 통과해야 한다. 이에 자연 상태의 GLP-1이 혈액을 타고 뇌에 직접 작용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연구는 자연 GLP-1가 피를 타고 뇌까지 직접 가야만 식욕을 조절하는 게 아닌, 장-뇌축 신경 경로를 통해 신호를 전달한다는 가능성을 뒷받침 한다.

위고비나 삭센다 같은 GLP-1 작용제는 체내에서 더 오래 유지되도록 만든 약물이다.

연구진은 향후 비만, 대사질환, 영양 불균형, 식이 행동 장애 연구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포유류 장-뇌 신호 체계 추가 규명 과제
연구진은 앞으로 초파리에서 확인한 CNMa 기반 장-뇌 신호 체계가 포유류에서도 보존돼 있는지 확인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에서는 생쥐가 단백질 결핍 상황에서 필수아미노산을 선택한다는 행동 반응을 확인한 정도다.

초파리의 CNMa와 같은 역할을 하는 신호 물질이 무엇인지, 장에서 뇌로 이어지는 빠른 신경 경로와 느린 호르몬 경로가 포유류에서 어떤 세포·분자 기전으로 작동하는지는 추가로 규명이 필요하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종을 넘어 공통으로 작동하는 영양 감지 원리를 더 정밀하게 밝힌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단백질 결핍이 식습관 외에 다른 행동에 미치는 변화까지 연구 범위를 넓힌다는 구상이다.

서성배 IBS 연구단장은 “비만·식욕 조절 약물 대부분은 장 호르몬 신호를 활용하지만, 그동안 자연 분비 장 호르몬이 뇌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과 경로는 충분히 연구되지 못했다”며 “이번 연구는 장-뇌의 영양소 선택 원리를 밝힌 것으로, 향후 비만, 대사 질환, 식이 행동 장애 치료 연구에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K-News LA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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