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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가 악명 높은 수염 금지 규정을 50년 만에 수정했다.
할 스타인브레너 양키스 구단주는 21일 “아버지이자 전 구단주였던 조지 스타인브레너가 1976년에 도입한 기존의 정책을 변경해 ‘단정한 수염’은 기를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키스는 지금까지 콧수염을 제외하고는 선수들이 수염을 기를 수 없도록 제한했다. 턱수염을 길게 기르던 선수들도 양키스 유니폼을 입으면 면도를 해야 했다.
실제 지난 시즌 양키스에서 뛰었던 알렉스 버두고는 입단과 동시에 길러왔던 붉은 수염을 모두 정리했다.
당시 버두고는 “양키스에 입단하려면 깔끔하게 면도를 해야 한다는 점이 큰 문제였다. 나는 고등학교 이후로 면도를 한 적이 없다. 수염이 없는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겠더라”고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스타인브레너는 “수년 동안 이 정책을 바꿀지 고민해 왔다”며 “수염 제한이 선수 영입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주요한 이유였다”고 규정 변경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만약 우리가 원하는 선수를 영입해 팀을 더 강하게 만들고, 우승까지 노릴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그 선수가 이 정책 때문에 이적을 거부한 일이 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다. 나는 이것이 타당한 우려라고 확신한다”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7일 애런 저지, 게릿 콜, 지안카를로 스탠튼 등 현역 및 은퇴 선수 다수와 만나 규정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도 밝혔다. 다만 그는 선수들 모두가 이번 변화에 찬성한 것은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스타인브레너는 “나는 기존 정책이 시대에 뒤떨어졌고, 그것이 젊은 세대에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고려할 때 다소 불합리한 것이 맞다는 결정을 내렸다. 그래서 변화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스타인브레너는 이날 오전 팀 미팅에서 이번 정책 변경을 선수들에게 공식적으로 알렸다. 그는 ‘단정한 수염’의 기준을 정의하는 세부 내용도 곧 발표될 것이라고 밝혔다.
50년간 이어졌던 양키스의 수염 금지 규정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다만 유니폼을 착용한 선수들의 머리카락이 옷깃 아래로 내려오지 못하도록 한 규정은 그대로 유지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