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정후를 향한 미국 현지 팬들의 응원이 새로운 차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지난 7일 샌프란시스코 오라클 파크에서 열린 메이저리그(MLB)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신시내티 레즈 경기에서는 불꽃 모양의 가발을 쓴 팬들이 중계 카메라에 반복적으로 포착됐다. 이들은 가슴에 ‘HOO LEE GANS'(후리건스)라고 적힌 티셔츠를 단체로 맞춰 입고 이정후의 슬라이딩 캐치 호수비 장면에 맞춰 율동과 함께 응원 구호를 외쳤다.
이들의 정체는 바로 이정후를 위해 자발적으로 결성된 팬클럽, ‘후리건스(Hoo Lee Gans)’다. 이름은 이정후의 영어 이름 ‘Lee Hoo’와 축구 열성팬을 뜻하는 ‘hooligans’를 결합해 만들었다. 이날 경기에는 이정후의 등번호 51번에 맞춰 정확히 51명이 참석했다.
팬클럽을 주도한 현지 팬 카일 스밀리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원래 지난해 이정후의 경기를 보러 오려 했지만,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하면서 이번에야 방문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불꽃 가발은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개성 강한 패션 감각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 구단 역시 이정후 마케팅에 열심이다.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열린 시애틀 매리너스와의 시리즈에서는 외야 142번 구역을 ‘이정후 존’으로 지정하고, 해당 좌석을 구매한 팬들에게 ‘정후 크루’ 티셔츠를 제공했다. 구단의 공식 마케팅이 끝나자마자 팬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후리건스’가 등장하면서 이정후의 인기는 더욱 확산되는 분위기다.
스밀리는 “우리 응원이 구단과 경쟁하는 게 아니다”며 “앞으로 구단과 협력해 공동 응원전을 펼치고 싶다”고 밝혔다.
부상으로 지난해 시즌을 조기 마감했던 이정후는 올해 개막과 함께 9경기 연속 출루, 8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복귀를 알리고 있다. 8일 경기 기준 성적은 타율 0.333(36타수 12안타), 2루타 6개로 이 부문 메이저리그 전체 1위다.
응원 장면을 경기 후에 접한 이정후는 “작년에도 짧은 기간이었지만 많은 사랑을 느꼈다”며 “올해 이렇게 팬들의 사랑을 다시 느끼니 정말 좋다”고 소감을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에서 불고 있는 이정후 열풍은 이제 팬들의 자발적 문화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박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