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 전역에서 연방 이민단속이 본격화되면서, 복면을 쓴 요원들의 무차별적인 체포 작전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주정부와 카운티, 일부 지역 정치인들은 이 같은 행태가 신분 도용과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복면 단속 금지법’ 추진에 나섰다고 KTLA 방송이 22일 보도했다.
이번 단속은 이달 초부터 시작된 대규모 작전의 일환이다. 캘리포니아주 방위군 병력 4,000명과 미 해병대 병력 700명, 그리고 수를 알 수 없는 ICE(이민세관단속국)와 CBP(세관국경보호국) 요원들이 LA 전역에 배치됐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가 신원 식별이 불가능한 복면과 사복 차림으로 단속에 나서면서 공포감은 극에 달하고 있다.
영상 플랫폼과 SNS에는 정체불명의 요원들이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은 채 민간 차량에서 내려 체포를 시도하거나, 민간인을 위협하는 장면들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 가운데는 실제 연방 요원을 사칭해 납치나 강도 행각을 벌이는 범죄 사례도 보고되면서, 지역 사회의 분노가 커지고 있다.

LA 시장 ““복면·사복·민간차량…누가 연방요원인가?” … “누군지도 모르는 무장 남성들이 돌아다닌다”
카렌 배스 LA 시장은 지난 21일 저녁 브리핑에서 “정체를 밝히지 않는 무장 남성들이 아무런 신분증 없이 나타나 사람을 데려간다”며 “이들이 누구인지, 어느 기관 소속인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흑색 틴팅 차량, 주 외 번호판, 사복 차림, 마스크 착용—이게 공권력인가?”라고 반문했다.
카운티 슈퍼바이저 회의에서도 이 문제는 격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공화당 유일의 위원 캐서린 바거는 “내 보좌관의 대자가 플래싱 라이트를 단 차량에 정차 당한 후 ‘그 성씨에 어울리는 좋은 트럭을 몰고 다닌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하며 “그들이 ICE 요원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누군가 연방 요원을 사칭해 악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진보 성향의 홀리 미첼 슈퍼바이저는 “여름에 스키 마스크를 쓰고 활동하는 요원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주 의회에서 논의 중인 ‘복면 단속 금지법’에 카운티 차원의 지지를 표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체포가 아니라 납치”…헌팅턴파크 시장 분노
KTLA는 또 “헌팅턴파크에서 임신한 미국 시민 여성이 아이들과 함께 마당에 끌려나온 사건이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당시 연방요원들은 남편을 찾기 위해 수색에 나섰지만, 체포하지 못했고 현장에는 DHS 장관 크리스티 노엠이 참관 중이었다.
이와 관련해 아르투로 플로레스 헌팅턴파크 시장은 “이건 체포가 아니라 납치”라며 “신분도, 소속도 밝히지 않은 무장 남성들이 우리 이웃을 데려가고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지난 일주일간, 부모 없는 아이들, 행방을 알 수 없는 주민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스크 쓴 요원들’에 의한 폭력적 체포 잇따라
지난주 피코 리베라에서는 복면을 쓴 요원 6명이 한 시민권자 청년을 제압하는 장면이 영상으로 퍼졌다. 20세의 월마트 직원인 이 청년은 요원 중 한 명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로 체포됐지만, 사흘 만에 석방됐고 현재까지 공식적인 기소는 이뤄지지 않았다.
헌팅턴 파크에서는 임신 중인 미국 시민 여성과 자녀들이 마당에 끌려나와 복면 요원들에 의해 집이 수색됐다. 이들 요원은 남편을 찾기 위한 작전을 벌였지만, 결국 찾지 못하고 철수했다. 현장에는 DHS 국토안보부 장관 크리스티 노엠이 직접 참관해 논란이 더욱 커졌다. 이에 대해 아르투로 플로레스 시장은 “이건 체포가 아니라 납치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소속도 밝히지 않고, 민간 차량으로 작전을 벌이는 이들의 행위는 기본적인 법치와 시민권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규탄했다.
법적 쟁점…연방법과 충돌 예상
LA 카운티 법무팀은 슈퍼바이저들에게 “연방 요원도 작전 중 신원을 밝히는 의무가 있다”고 밝혔지만, “그 시점에 대해서는 다소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복면 단속을 금지하는 주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연방법과의 충돌로 인해 법적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번 사태로 캘리포니아 전역에서는 ‘복면 단속 금지법’을 중심으로 한 정치적 논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이며, 지역 커뮤니티는 단속 그 자체보다 공권력의 익명성과 무차별성에 더 큰 위협을 느끼고 있다.
<김상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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